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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强者와 씨름해야 진짜 改革이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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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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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標 개혁, 쓴 藥 삼키는 고통 부족해
未來 세대에게 빚 떠넘기면 우리 세대 彈劾 할 것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약(藥)으로 몸을 다스리고 정책으로 나라를 움직인다. 강한 약효(藥効)가 있는 약은 독성(毒性)도 강하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기를 살리는 데 즉효(卽效)가 있다던 정책이 얼마 안 가 가계 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몰려 퇴출(退出)당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정책이 극단과 극단 사이를 자주 오갈수록 국가와 국민 기력(氣力)은 급격히 저하된다. 정부 신용도 함께 떨어진다. 국정의 어느 분야든 극단적 처방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옳다.

옛날 명의(名醫)들은 약을 상품(上品)·중품(中品)·하품(下品)으로 나눴다. 상품은 몸의 기운을 고르게 북돋워준다. 오래 복용해도 탈이 없다. 중품은 병이나 증상을 향해 날리는 화살이다. 과녁을 맞히면 병을 낫게 하고 증상을 완화해주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하품은 약효만큼 독성이 강한 약이다. 함부로 쓰다간 병이 아니라 환자를 죽이는 수가 있다. 명의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경우가 아니면 하품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간혹 쓰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용법(用法)과 용량(用量)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돌팔이는 하품 처방전을 남발(濫發)한다. 들으면 다행이고 안 들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선 이보다 무서운 의사가 없다.

정부가 국정(國政)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엊그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이란 이름으로 '5대 목표, 20대 전략, 100대 과제'를 선정 발표했다. 출범 70일 된 정부가 내놓은 정책 가짓수론 건국 이래 최단(最短) 기간 최대(最大) 생산 기록인 듯싶다. 정책 내용도 촛불의 자식답다. 나라의 틀을 근본적으로 뜯어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가 되겠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복지국가가 막 출현하던 1950년대 유럽 옛 영화를 다시 돌려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본고장에선 영화 속 복지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수리중(修理中)이거나 벌써 내부를 크게 개조(改造)했다.

개혁의 정상 코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다. 단맛이 우러날 때까지 쓴 걸 씹고 씹어야 한다. 오만상 찌푸리며 노동 개혁을 밀고 나갔던 나라만 불황의 시대를 무사히 건넜다. 독일과 프랑스의 지금 명암(明暗)을 비교하면 알 일이다. 문재인표(標) 개혁에는 땀과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노동'이 빠졌다. 눈 뜬 사람 코 베 가는 이 살벌한 경쟁 세계에서 '경쟁'이란 단어조차 사라진 개혁안이 얼마나 효험을 발휘하겠는가.

개혁을 논(論)하는 이 정부 사람들은 반드시 회의에 참석해야 할 멤버가 불가피한 사정으로 불참(不參)한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바로 미래 세대다. 정부가 채용한다는 공무원 17만4000명이 문재인 정부와 함께 퇴임하지 않는다. 미래 세대가 향후 25년 동안 300조원 가까운 세금으로 걷어 먹여야 한다. '대표(代表) 없이 과세(課稅) 없다'가 미국 독립전쟁의 구호만은 아니다. 미래 세대가 오늘의 세대를 탄핵(彈劾)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

개혁의 성패는 강자(强者)의 멱살을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개혁의 위엄(威嚴)과 명분도 그래야 선다. 약자(弱者) 팔 비틀기는 아무나 할 수 있다. 재벌은 '허약한 강자'일 뿐이다. 상속 문제로 재갈 물린 재벌은 국세청·검찰·공정위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꼬리를 내린다. 사학(私學) 경영자 전성시대도 이미 저물었다. 오늘의 진짜 강자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다. 정규직 기득권(旣得權)의 양보 없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구호도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문재인표 개혁이 그들 코를 뚫든 귀엣말로 설득하든 사회적 대타협의 장(場)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개혁은 물 건너 간다.

남들 가지 않는 길이라고 다 선구자(先驅者)의 길이 아니다. 우리보다 잘난 나라가 지름길을 마다하고 돌아갈 때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부도 각종 국정 처방전이 오래 복용해도 무탈한 상품(上品) 약이라고 우기긴 힘들 것이다.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모르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공무원 증원(增員)보다 손쉬운 청년 실업 해소 대책이 따로 없다는 걸 왜 그들이 모르겠는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박수받는 걸 알면서도 일부 똑똑한 나라가 왜 거꾸로 가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이런 화두(話頭)를 들고 자문자답(自問自答) 해봐야 한다.

미국 상원에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非核化)'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한·미 동맹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가 조수석(助手席) 아래 달려 있는 자동차 운전대의 한계다. G20 정상회담에서 돌아와 '(북핵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겐 이를 해결하거나 합의를 이끌어 낼 힘이 없다'던 대통령의 술회(述懷)가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나라 안팎으로 판만 크게 벌인다 해서 득(得)될 게 없는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1/20170721029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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