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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식] '중국 벽' 못 넘으면 북핵 해결도, 통일도 없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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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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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국제여론 아랑곳 않고 인권탄압·여론 조작할 만큼 위압적 존재가 돼
이런 중국, 北이 제재에도 살아가는 생명선 역할
국내 적폐 타령보다 더 시급한 게 對中 외교
 

박두식 부국장
박두식 부국장

중국은 불가사의한 나라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무역에서 찾고, 전 세계와 연결된 인터넷 사용자가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다. 세계 2위의 무역 대국이고, 중국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현재 37%나 된다(세계은행 통계).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7억3100만명을 넘는다. 시가총액 기준에 따른 세계 20대 인터넷 기업 중 7개가 중국 업체다. 이 통계들만 놓고 보면 중국은 바깥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올 초 다보스포럼에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고 역설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중국이 말하는 세계화는 경제의 울타리를 넘지 못한다. 정치·외교로 들어가면 중국은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가두고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에게 중국 당국이 붙인 죄명은 '국가·정부 전복 선동죄'다. 2008년 말 그가 주도한 '08헌장'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헌장에서 일당(一黨) 독재 폐지와 인권 보장, 사법 독립, 언론·종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요구했다. 정상적인 나라의 국민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들이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국가 전복 선동'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를 뒤집어쓰고 11년형을 선고받았다.

8년여 감옥에 갇혀 있던 류샤오보는 지난 5월 말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로부터 한 달 반여 만인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중국 당국이 그의 사망 사실을 발표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독일 함부르크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였다. 시신은 이틀 만에 화장됐고, 유해는 다롄시(市) 인근 바다에 수장(水葬)됐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빠른 속도로 류샤오보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이다.

류샤오보 수장과 비슷한 시각 중국 당국은 인기 디즈니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의 일부 사진도 인터넷에서 지우기 시작했다. 푸가 걷는 모습이 시 주석을 연상케 한다는 인터넷 유머에 이렇게 대응한 것이다. 이런 눈엣가시들이 사라지기 무섭게 중국 관영 CCTV가 시 주석의 치적(治績)을 홍보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여론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고, 실행에 옮기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여론이나 비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서방 국가들은 지금껏 류샤오보의 석방을 목소리 높여 외쳐 왔다. 그러나 그가 사경을 헤매고 있던 시점에 열린 G20 회의에서 누구도 정색하고 시 주석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중국의 면전에서 중국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 만큼 중국은 위압적인 존재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6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불가사의함은 북한과 겹쳐질 때 최대치에 이른다. 북은 세계가 손가락질하는 '불량 국가'다. 중국 정도의 지위에 이른 나라라면 북한과 같은 편에 서는 것은 극도로 피하고 싶은 일이다. 중국은 북의 손을 꽉 붙잡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북을 중국에서 떼 내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10년 넘게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는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잦아진 것에 맞춰 제재의 강도도 훨씬 세졌다. 대북 제재의 목적은 북이 더 이상 핵무장 노선을 고집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있다. 북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취약하게 만들어 김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의 부친인 김정일은 대(大)기근 등으로 경제 위기가 깊어졌을 때 미·북 핵 협상이나 6자회담 등에 나섰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직 이런 위기를 겪지 않았다. 북의 고립은 더 심해졌지만 경제는 큰 문제 없이 굴러가고 있다. 700~800곳으로 추산되는 북의 장마당은 활기를 잃지 않았고, 북의 대외 교역도 국제 제재의 영향이 아직은 미미하다. 북한 경제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중국이라는 변수를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중국 단둥에서 평안북도 봉화 화학 공장으로 연결된 30㎞의 송유관은 지금도 건재하다. 이 송유관을 통해 매년 100만t 안팎의 원유가 북으로 들어간다. 미국 등은 중국에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에 가깝다. 북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이끌 유인(誘引)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지난 10여년 한·미의 북핵 전략은 '중국만 쳐다보는 것'이었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 길은 점점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가 돼 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새 정부에선 이런 대(對)중국 외교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사사건건 적폐(積弊)라는 이름을 붙여 내부 싸움을 하느라 분주할 뿐이다. 중국의 벽을 넘지 않고서는 북핵과 통일, 더 나아가 한반도의 미래가 막막해질 수밖에 없는 이 엄중한 상황보다 더 긴급한 국가 현안은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8/20170718037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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