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공수처 설치해 검찰 개혁할 것
법무부, 검사들에게 점령돼… 인권국 등 전문가 그룹으로 대체

사형제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종교적 병역거부엔 대체복무를"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3일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은 불필요한 권한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하고, 개혁에는 외부자의 시선이 필요하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 후보자는 사형제를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하고, 종교적 병역 거부자를 형사처벌하지 말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청문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박 후보자는 검찰의 권한 분산 방향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제시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검찰의) 권력 분리를 통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하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는 "공수처가 이름만 있고 쓸모없는 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의 지적에 "(공수처 설치는) 한국적 현실에서 고려되는 것이고 고육지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수처는 국회의원이나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해 기소까지 할 수 있는 독립 수사기관이다.

박 후보자는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와 관련, "우리 법무부는 검사들에게 거의 점령되다시피 했다"며 "그 때문에 본연의 모습을 잃고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의원들 질의에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 수가 80여 명인 것으로 안다"며 "인권국이나 범죄예방정책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은 검사가 아닌 전문가 그룹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 옹호는 법무부의 본질적 임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해 차별을 해소하고 법무 서비스 혜택이 골고루 미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폐쇄적이라고 지적받는 검찰 조직 문화와 관련해서는 "개혁돼야 한다. 한국 검사들도 이제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북한이 우리의 적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공안부가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아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고 했을 때는 "공안부서가 수사한 사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한국 사회에 맞는 조직과 기능에 대해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이 인권 친화적으로 바뀌는 등 경찰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검찰이 독점하는 것에 폐해가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사형제'와 관련해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필요한가 아니면 폐지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라면서 "사형제의 흉악범 억제 효과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기 때문에 사형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이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재차 "문재인 대통령도 반대하는데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느냐"고 하자 "궁극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박 의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종교적 병역 거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대체복무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장관이 될 경우'를 전제로 검찰의 수사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특히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서 전면적으로 검토해 재수사할 의향이 있느냐"는 민주당 이춘석 의원의 질의에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면 검찰에서 마땅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갖고 보겠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철저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철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비(非)고시 법학 교수 출신인 박 후보자가 검찰의 조직 논리에 '포획'돼 개혁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조응천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비검사 출신(판사 출신)으로 검찰에 갔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4/20170714001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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