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한다며 MB·朴정부 때 정치개입 의혹 13개 조사… 野 "개혁 빙자한 정치 탄압"]

2012 대선 댓글·블랙리스트와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불리는 盧수사 관련 정보유출 등 포함
與는 "강도 높은 조사 지원해야"

국정원, '국내 차장' 명칭 없애기로
 

국가정보원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밝히겠다며 관련 의혹 13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11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정원 개혁 방안을 보고하며 이른바 '적폐 청산 리스트'를 공개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정원은 서훈 원장 취임 직후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했던 지난 정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주장을 조사하겠다고 했었다. 정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이번 발표에 "개혁을 빙자한 정치적 탄압이며 과거만 뒤지는 퇴행"이라고 반발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이 정도면 최소한의 적폐 청산"이라고 했다.
 
서훈(가운데) 국가정보원장이 1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등 최근 안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에 출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서훈(가운데) 국가정보원장이 1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등 최근 안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에 출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날 국정원이 밝힌 적폐 청산 리스트에는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폭로한 서해 북방 한계선(NLL) 관련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헌법재판소 사찰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박원순 제압 문건' ▲좌익 효수 필명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뒷조사 ▲추명호 6국장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선 보고 ▲극우 단체 지원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정보 유출과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RCS)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및 선거 개입 의혹도 리스트에 들어갔다. 한 정보위 관계자는 "언론에 의혹 수준으로 나왔던 것을 총 망라해 다 적어 놓은 느낌"이라고 했다.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보고에 즉각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서 원장이 정치 개입을 안 하려고 적폐를 청산하려 한다 했는데, 결국 정치에 휘말리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권을 겨냥한 조사를 하는 것은 정치 개입이며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한국당 소속 간사인 이완영 의원과 서청원 의원 등이 나서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건은 왜 하지 않느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고, "지난 좌파 정권 당시 좌파 단체를 지원해준 것도 많은데 이런 것은 그냥 넘기려 하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대중 정권 당시 국정원 직원 580명을 해고한 것과 지금 개혁의 차이가 무엇이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관련 게이트들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서훈 국정원장은 "그런 것이 있으면 하겠다"며 "꼭 봐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아직 적폐 청산 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선 더 강하게 조사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정한 13개 조사 대상은 최소한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향후 국정원이 재량에 따라 조사 대상을 더 넓힐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출범 당시 '7대 적폐 청산 리스트'를 조사한다고 했다가 이번 정보위 보고에서는 조사 범위를 넓혀 발표했다.

서 원장은 세계일보가 보도한 이른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장악' 문건 역시 "일단 국정원 보고서가 맞는다"며 "유출 경위와 유출 경로 등에 대해 면밀히 보완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국정원이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직후 2012년 총선·대선을 대비하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6년 전 일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느냐"면서도 "정치 공작이며 보 복"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SNS 장악 문건도 2차 조사 대상에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날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조직 내부에서 '국내 차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1차장은 '해외 차장', 2차장은 '북한 차장', 3차장은 '방첩 차장'으로 부르고 국내 차장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2/20170712002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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