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북핵 대응 위한 국제 합의 쉽지 않아.. 각 나라가 국익만 앞세워"
한미정상회담 때 '한반도 운전석'論 설파 일주일만에 G20의 '현실적 한계' 언급
"세계 경제 추세에 부합하는 추경, 美 통상압력 맞설 정부조직법 개편 통과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처음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소감으로 "국제사회의 합의가 쉽지 않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G20 정상회의 참석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문 대통령의 이달 초 미국 방문과 G20 참석 성과를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첫 외교 무대 데뷔에 대해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대화와 제재를 병행)을 모든 나라로부터 지지 받았고, 우리 의제로 국제적 공감대를 조성해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베를린 구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힌 것도 언급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어 "아직도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당장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를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G20 이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 주도권을 잡는다는 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동의했다'면서 '한반도 운전석론'을 설파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G20에서 중국·러시아 등 북한 제재 동참에 적극적이지 않은 나라들과 미국·일본 등 강대국 간의 팽팽한 기싸움을 직접 접하며 실망과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G20 회의의 주요 의제인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도 G20은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각 나라가 국익을 앞세우는 외교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 국익을 중심에 놓고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관철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 외교를 다변화하고 외교 역량을 키워나가야겠다고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첫 외교무대 데뷔 소감인만큼, 이 첫 인상으로 앞으로 주요 대외 정책 기조를 잡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대북 문제에 있어서 협조적이지 않은 중국이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거론하는 미국의 지도자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방법을 강구해나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외교 다변화와 외교 역량 확대'를 놓고, 문 대통령은 4강 위주 외교에서 벗어나는 모종의 대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문 대통령은 이런 대외 환경을 언급하며 국회에 시급한 현안의 처리를 압박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돼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이 FTA 개정 요구를 하는 마당에, 그에 대응하는 통상교섭본부를 빨리 구축하기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라고 했으며, 세계경제 회복세에 올라타기 위해 재정 확대로 나아가는 추세를 언급하며 "우리 추경은 그 방향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추경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나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야당이 국가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1/20170711011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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