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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북한 非核化 구상의 虛像과 實像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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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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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국 운명 놓고 미국과 거래 기회 엿봐
북한 체제 3중 구조의 虛弱性 꿰뚫어봐야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3대 요인을 묻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답(答)은 '첫째가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 역시 위치'라는 것이다. 정치적 선언이나 제안의 효과도 비슷하다. 때로는 타이밍이 내용보다 중요하다. 야구로 치면 베이스에 나가 있는 주자(走者)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한 방이 적시타(適時打)다. 1971년 7월 키신저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중국 비밀 방문이 바로 그런 예(例)다. 공산주의 양대(兩大) 산맥 소련과 중국 간 수정주의 이념 논쟁·우수리강 국경 충돌의 틈새를 파고들어 미·중(美·中) 국교 회복의 길을 뚫고 냉전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키신저의 한 방도 세상 변화에 너무 늦거나 빨랐다면 헛 스윙에 그쳤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때가 어긋났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성공이 실타래를 뒤죽박죽 헝클어 놓고 말았다. '베를린 구상'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非核化)로 나아갈 경우 북한에 줄 선물 목록이다. 대통령 브레인들은 얼마 전부터 사견(私見)이란 꼬리표를 달고 '입구(入口)는 핵 동결(凍結), 출구(出口)는 비핵화 완결'이란 비핵화 설계도를 흘려왔다. 입구에선 한·미 연합훈련, 전략자산(항공모함·전폭기) 전개 축소를, 출구에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북한과 맞바꾼다는 구상이다.

ICBM 발사로 드러난 일취월장(日就月將)한 북한 미사일 능력이 상황을 일변(一變)시켰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갑옷 두르듯 두른 나라라서 외부 위협을 못 견뎌 한다. 9·11 테러 이후 이 고정관념도 깨졌다지만 건국 이래 전통이 단번에 바뀌진 않는다. 북한 ICBM 발사 시험에 단박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린 미국 반응이 과장이 아니다. '베를린 구상' 전반부에 북한에 대한 압박·경고· 비판이 배치된 것도 미국 내 이런 분위기의 영향일 것이다.

물론 압박만으론 북한을 비핵화로 돌려세우기 어렵다. 압박의 강도(强度)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는 압박은 최소(最小) 수준의 압박이다. 북한 무역의 90%는 대(對) 중국 무역이다. 중국은 북한에 한 해 50만 t의 원유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숨통이고 젖줄이다. 숨통이 막히지 않고 젖줄이 끊어지지 않는데 김정은이 생각을 바꿀 리 없다.

이 대목에서 항상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중국은 제재에 동참하는 포즈를 취할 뿐 실제론 움직이지 않는다'는 수수께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더 이상 이 암호(暗號)의 의미를 덮어둘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 전체가 중국에 적대적 또는 비우호적(非友好的) 세력권으로 변화하는 사태를 막으려 한다는 뜻이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전통이다.

중국은 1592년 임진왜란, 1894년 청일전쟁, 1950년 한국전쟁에 출병(出兵)했다. 삼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또 한 번이 추가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국가 가운데 이런 경우가 없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입에서 나온 '중국과 북한은 혈맹(血盟) 사이'라는 표현에 그래서 더 소름이 돋는다. 중국은 한반도의 운명을 놓고 미국과 거래를 원하고 있다. 한국 국민은 이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자기 손으로 쓴 허망한 시나리오에 도취(陶醉)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우리가 당면한 사태의 진실을 가리는 또 하나의 눈 마개가 '북한 체제의 안정을 보장하는 비핵화'라는 주문(呪文)이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정은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일족의 안위(安危), 그들을 옹위하는 친위 세력의 보존, 이 두 집단의 거점(據點)인 영토적 울타리의 유지라는 3중 구조로 돼 있다. 하나가 허물어지면 셋 다 무너지는 구조다.

북한은 적대시 정책 폐기, 미·북 국교 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 등 모든 요구를 미국을 향해 내놓고 있다. 그 결과 북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착시(錯視) 현상을 만들어 냈다. 북한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면 크든 작든 북한은 외부 세계에 노출된다. 외부 정보에 노출되는 순간 김씨 일족의 신성(神聖) 가족·백두 혈족(血族) 신화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한 것은 핵 무장이 북한 헌법에 담겨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북한 체제가 진실 앞에 허약한 허위(虛僞)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이 검증(檢證) 단계에 이르면 U턴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본토를 위협당한 미국이 무슨 방법으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전통을 깨뜨릴 수 있을까. 거래(去來)인가 대결인가. '북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정 보장'이라는 양립(兩立)할 수 없는 모순을 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렇게 자문자답(自問自答)하며 사태의 전개에 부딪쳐나갈 수밖에 없다. 운명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7/20170707027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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