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에 무언가 조치해야"…시진핑 "사드 배치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해야한다”며 추가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활동을 하는 데 대해 반드시 반응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거듭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고 북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북한 문제에 중국이 해온 일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곧바로 추가 제재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등으로 도발한 이후 미국이 추진하는 고강도 제재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와 시 주석이 원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대북 원유·석유제품 수출과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등을 담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독자 제재에 나선다는 게 미국의 복안이다.

반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이 G20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한 뒤 ‘중대 발표’를 통해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중국의 사드배치 반대 명분이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사드 철수 입장을 되풀이함에 따라 경제보복 등으로 경색된 한중관계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 외에도 양국간의 협력이 미·중 관계를 건전하게 유지시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민감한 문제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발전하고 있다”며 “복잡한 현 세계에서 강력한 미·중 관계가 안정에 이바지할 것이기 때문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포괄적 경제 대화를 오는 19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시 주석은 양국간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100일 계획’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군사적 협력도 강화된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국방장관의 상호 방문, 8월 미국 합참의장의 방중, 11월 양국 합동참모본부간 군사 대화 등을 제안했다.

또 미국 주도로 열리는 해군 연합 훈련인 림팩(RIMPAC)에 2018년 중국 해군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