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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보수 정치는 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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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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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박정희식 成長' 가치… 가난한 나라 일으켜 세웠으나 현 세대의 문제 풀기 어려워
새 출범한 두 보수당 지도부… 文 정권의 실수만 기다리다간 더 깊은 나락에 떨어질 수도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며칠 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이미 경선을 마친 바른정당과 함께 두 보수 정당은 당 지도부의 구성을 마무리했다. 대선 참패의 충격을 뒤로하고 보수 정치가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보수 정치의 재건은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치는 망했다. 그냥 망한 게 아니라 폭삭 망했다. 대선에서 한 번 졌다고 '폭망했다'고 하는 건 호들갑 떠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보수 정치가 처한 현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과거에도 보수 세력은 권력을 잃은 적이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여 10년간 권력을 진보 세력에 내주었다. 하지만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가 혼자서 45% 이상의 득표를 했고, 1997년의 경우도 이회창·이인제 두 보수 후보의 표를 합하면 50%를 훌쩍 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금년 대선에서 두 보수 후보가 얻은 득표의 합은 겨우 30% 정도이다. 이 비율은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혼자 얻은 36.6%보다도 낮다. 이런 수준으로 보수 정파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보수 정파는 여전히 상황의 심각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때처럼 시간이 가면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저런 실수를 할 테니 기다리면 권력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홍준표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두고 "얼마 못 간다"고 한 말이 바로 그런 인식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는 몰락한 보수 정치의 운명을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의 '시즌 2'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것이다. 이는 사실 그동안의 어느 대통령도 갖지 못했던 귀중한 정치적 경험이다. 또한 그 주변의 참모들도 준비되지 못한 집권으로 들떴던 치기(稚氣) 어린 시절의 386이 아니다. 더욱이 북한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3대 세습이 이뤄졌고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햇볕정책 때처럼 민족주의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관계 개선을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사드 배치 여부 등 외교적 논란이 일자 보수 진영에서는 거보란 듯이 비판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대한 추모 등 세심하게 일정이 마련됐고, 트럼프와의 회담 역시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보수 정파에서 기대했을 수도 있는 미국과의 갈등이나 잡음은 생겨나지 않았다. 사실 미국 역시 작년의 촛불 집회를 보면서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던 2002년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5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 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홍준표(왼쪽 사진)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오른쪽 사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간이 흐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같은 보수 야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 정치가 몰락했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두 보수 후보가 얻은 낮은 득표율 때문이 아니라 그간 보수 정치를 이끌어 온 정치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껏 보수 정치의 정신적 기반은 그 무엇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별로 가진 게 없던 시절 한쪽으로 북한과의 대립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며, 또 한편으로 경제성장의 기적을 이뤄낸 박정희 시대의 가치가 한국 보수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때로부터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맞부딪히고 있는 현실적 문제도 크게 달라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업적은 역사에서 평가받겠지만 그 시절의 성장주의, 관료 주도, 반공주의, 재벌 특혜 등의 개념이 이 시대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가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작년의 촛불 집회와 탄핵은 그런 시대적 변화를 우리 사회가 격하게 확인하도록 해 준 사건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보수 정치의 몰락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오늘날 보수 정치는 세대적으로 고립됐고, 지역적으로 편중됐다. 더욱이 외연의 확장 가능성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정파가 스스로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해내려는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보수의 위기는 길어질 것이다. 보수 정치가 '망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존재 기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위기감을 갖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게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 보수 정치는 되살아날 수 있을까. 글쎄, 아직은 그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5/20170705035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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