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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성] 시진핑, 北核 앞에서는 작아지는 스트롱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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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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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도발 때마다 중국 역할론… 반면, 中은 美·北 간 풀 문제로 봐
北문제 해결 셈법 안 바뀌면… 한국호 운전대 겉돌기만 할 것
 

이길성 베이징 특파원
이길성 베이징 특파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철회하라"는 데 뜻을 모았다. 시 주석은 최근 두 달 새 푸틴 대통령을 세 번이나 만났다. 그때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았다. 공교로운 것은 북한이 중·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이면 빠짐없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 정상협력 포럼 때도 그랬고, 지난 6월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찾은 두 정상이 만났을 때도 북한은 미사일을 쐈다.

흔히 국제사회에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스트롱맨'으로 분류된다. 마초를 연상케 하는 근육질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뜻에서 그렇게 불린다. 그런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때마다 북이 미사일 도발을 했다면 단 한 번이라도 북을 향해 언성을 높이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과 푸틴은 유독 북의 도발 문제에서는 스트롱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북핵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이었다.

미국 본토까지 겨냥하려는 북의 공격용 핵미사일에 대해선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북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인 사드만 문제 삼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 1년 가까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동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 결정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민간 기업들에 대한 '무법(無法)적인 보복'까지 하고 있다. 미사일을 쏴 대면서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인데 한국이 중국의 보복을 당하고 있는 꼴이다. 실제 도발의 장본인인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베이징을 휘젓고 다니는데, 수도 베이징에서 부동의 납세 1위 기업이던 현대차는 판매 급감으로 비명을 지르는 역설이 펼쳐지는 게 요즘 중국 내 실정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각)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나올 때면 한국과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체가 '중국 역할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중국 정부 안팎에선 이런 말 자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의 모순(矛盾)'으로 본다. 북 핵·미사일은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할 만큼 했고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도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물론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중국 정부의 논리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꽤 있다. 중국의 한 국제관계 학자는 "중국은 북한을 더 일찍 강하게 압박했어야 했다"며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핵과 ICBM 개발을 향한 북한의 의지를 과소평가해 장쩌민·후진타오 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시진핑 주석도 한·미와 협력해 북한을 압박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중국이 연간 50만t이 넘는 대북 원유 공급을 끊으면 북 체제는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된다. 2011년 말 부친 김정일 사망 후 별 어려움 없이 권력을 장악하고 '도발의 길'로 치달아온 김정은 정권에 분명한 경고를 보낼 수 있는 결정적 카드를 중국은 갖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재외 중국인 정치·외교 전문가들에게 중대한 외교 현안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더니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중국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 올라설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의 셈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북이 셈법을 바꾸도록 중국부터 먼저 대북 전략과 정책을 전면 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자신들의 셈법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 역시 요원한 일이다. 오늘 독일 베를린에서 시진핑 주석과 처음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 점을 분명히 알고 회담에 나서야 한다. 중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한국이 운전대를 잡은 북핵 자동차는 헛바퀴만 돌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5/20170705034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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