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전날 북한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대북 제재와 압박을 높이되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독일 베를린 내 연방총리실 청사 앞뜰에 도착해 메르켈 총리와 만났다. 양국 정상은 웃으면서 4~5초간 악수를 나눈 뒤,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총리실로 향했다. 두 사람은 양측 관계자들과 함께 총리실에서 공식 환영식을 하고, 오후 7시 30분쯤 만찬을 겸한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은 만찬회담에 앞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양국이 대북문제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먼저 메르켈 총리는 "북한이 전 세계평화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며 “북한은 국제법에 위반되는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압력을 행사하며 어떤 제재를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문 대통령과) 얘기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함께 힘을 합쳐서 한국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분단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반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과정을 지지하고 한국 정부, 한국민을 지지할 것이란 걸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뒤이어 ‘구텐 아벤트(Guten Abend, 안녕하세요)’라는 독일어로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의 상처를 딛고 화합과 번영을 이룬 독일은 통일을 염원하는 한국민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줬다"며 "마지막으로 남은 한반도 분단도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독일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러나 결국에 있어서는 북핵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 있어서 메르켈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태극기와 독일 국기인 연방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함께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 회담에 돌입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긴장이 높아질수록 우발적인 이유 하나로도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재와 압박을 높이되 상황 관리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선제타격 등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후 3시 베를린 대통령궁인 벨뷔 성(Schloss Bellevue)에서 열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지다 보면 자칫 군사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적으로 강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북핵이 있는 한 한반도 평화는 있을 수 없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함께 가야 한다. 대화와 평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경고하고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독일이 분단을 극복해 냈고 또 이란·미국과 중재해 핵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으니 독일의 도움을 요청하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정상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 회담 이후 두 번째다. 한국 정상이 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 외에 독일 정상과 먼저 회담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받는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외교를 우선시한 이전 정부의 관행에서 벗어나 다자외교를 모색한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번 한·독 정상회담은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6/201707060033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