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

출국前 참모에 "北에 무력시위라는 걸 명확히 하라" 지시
독일 도착후 "대화 통한 해결 힘 실어달라" 원칙론만 언급

北ICBM이 예상 수준 뛰어넘자… 대통령 "우리도 미사일 쏴야겠다"
제안 1시간만에 트럼프도 동의

- 靑은 "대화기조 바꾸는 건 아냐"
대통령, 베를린서 동포들 만나 "제가 통일 한국의 초석 닦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북한 ICBM 발사에 대응해 북한 지도부 선제 타격 훈련을 지시한 후 독일 방문길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이날 오후 독일에 도착해 가진 동포간담회에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쏜 4일 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시간 뒤쯤 "먼저 제안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동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오전 독일로 출국하면서는 참모들에게 "오늘 하는 훈련이 북한에 대한 '무력(武力)시위'라는 걸 명확히 발표하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면서 "북에 경고를 전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굳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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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때 獨의료지원단원에 표창장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6·25전쟁 직후 독일 의료지원단 단원으로 부산에 파견됐던 칼 하우저씨와 그의 부인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뒤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하우저씨는 당시 의료지원단 전기 기술자로 활동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전날인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재와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핵 폐기를 달성한다"며 '대화' 가능성은 빠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우리 군 당국의 분석 작업을 통해 '화성-14'가 최대 사거리와 비행 고도 등에서 이전보다 진화해 ICBM급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보고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이 한·미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말' 이상의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우리도 미사일을 쏴야겠으니 미국과 협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의용 실장은 오후 9시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했고, 한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았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이번 무력시위 제안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공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협의한 것을 공개한 것 역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확고한 한·미 연합 대응 태세를 북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오전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출발하는 전용기에 오르기 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들과 가진 비공식 면담에서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안보 위기인 만큼 발걸음이 굉장히 무겁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도 이번 한·미 연합 무력시위가 우리 정부의 대화 기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북한이 저렇게 나오는데 대화의 문을 열긴 어렵다. 일단은 '이에는 이'로 가자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북핵 도발이라는) 길을 포기했을 때 언젠가 대화의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 시각) 독일에 도착해 베를린에서 열린 재독(在獨)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한·미 간 공조는 굳건하고 갈등 요인도 해소됐다"며 "동포 여러분께서도 저와 새 정부를 믿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냉전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며 "제 다음 누군가는 통일 한국의 대통령으로 베를린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제가 초석을 닦겠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동포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동안은 순방국 동포들이 행사를 주최하고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에 따라 이날 행사장에도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는 문구 대신 '여러분이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6/20170706001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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