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사드 보복 끝내려던 中… 韓의 협상론에 강경 모드 회귀
우리 안보, 中과 협상해 결정? 선례 남기면 영원히 끌려갈 것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떠나던 날, 이해찬 전 총리는 베이징에서 또 '사드 훈계'를 들었다.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참석차 지난달 28일 중국을 다시 찾은 이 전 총리는 왕이 외교부장과의 면담에서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라.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라"는 막말을 들었다고 한다. 한 달 전 시진핑 주석에게 '좌석배치 하대(下待)'를 경험한 데 이어, 중국 현직 장관에게 또 수모를 당한 것이다. 약소국 정치인의 비애와 울분을 느꼈을 것이다.
중국의 압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며칠 뒤면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야 한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입장을 명확히 한 이상, 한국은 더 이상 두루뭉술한 말로 중국의 공세를 피할 수는 없다. 이제는 '중국 난관'을 정면으로 뚫고 가야 할 때다. 그 해법을 찾으려면, 지난 몇달간 한·중 관계의 흐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 한두 달 전부터 중국에선 사드 보복을 끝낼 듯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국 지식인들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효과가 없고, 양국 관계만 손상시켰으며, 한국을 미·일 동맹에 더욱 밀착시켰다'는 자성론을 제기했다. 성주에 사드 발사대 2기가 배치됐을 때도 중국의 추가 보복은 없었다. 4월 중순 추궈홍 중국대사는 "올여름이면 요우커(遊客·관광객)가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 단체관광객 모집을 재개했다. 이런 흐름이 뒤집힌 것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정부가 "사드 갈등은 중국과 협의해 풀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직후부터였다. 한국이 사드 문제에 '협상의 여지'가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자, 중국은 곧바로 강경 모드로 회귀해 버렸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시간 절반(20분)을 사드 압박에 썼고, 양제츠는 "중국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국도 잘살 수 있다"고 협박했다.
강대국을 상대할 때 약소국의 무기는 '원칙과 논리, 그리고 일관성'이다. 우리 정부는 먼저 '국가 주권에 대한 침해나 간섭을 용납하지 않으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언론 자유의 가치는 어떤 외부 압력에도 포기하지 않으며, 대국이 소국을 압박하는 식의 불평등 관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외교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 이 원칙 위에서 '사드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를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의 안보주권 에 대한 어떤 간섭도 배제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해야 한다. 그런 다음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국이 태도를 바꾸면 중국은 추가 경제 보복에 무력 위협까지 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이 단결해 이겨내자"고 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압박을 이겨내면, 한국은 격(格)이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4/20170704034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