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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 美·中의 동참 끌어낼 對北 구상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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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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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이 성공하려면 미·중·일·러 모두 참여해야
中의 지정학적 이익과 北이 원하는 정권 생존도 보장되어야 비핵화 가능
정책과 로드맵 구체화하길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으로 그의 임기 5년간 펼쳐나갈 긴 외교 여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과 한·미 경제 관계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보편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동맹을 중시하는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이익을 극대화하고 동맹국을 압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한국을 불공정 무역국, 환율 조작국, 부당한 동맹 분담국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문·트럼프 회담의 1차적 성과는 자칫 엇나갈 수도 있는 한·미 관계를 일단 외교와 동맹의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상호 호혜적인 경제 관계,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지향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체로 동의했고, 대미(對美) 투자·무역에서 미국의 관심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일련의 방미(訪美) 행사를 통해 지난 5월 출범한 한국의 진보 정권을 바라보는 미국의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 닥칠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번 정상회담은 말 그대로 첫 만남일 뿐이다. 앞으로 한·미 관계는 북핵을 비롯한 핵심 현안들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초 열린 미·중 회담이 최상의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석 달도 안 돼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에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선 이상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근본적 해결 구상이 관건이다.

북한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와 미국민의 생명을 자신들의 핵·미사일로 직접 공격할 수 있게 되면 대미 협상, 더 나아가 (주한 미군 주둔과 통일 등) 한반도의 미래 구상에서 전례 없는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북의 핵·미사일 위협은 즉각적이고, 수년 내에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을 대북 정책의 기본 구상으로 내놓았다. 여기서 관여란 대화·협상·공존·협력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30일 오전(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도움을 받아 대북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했지만 이내 실망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최대 압박 정책에 참여하려면 '북한의 생존'과 '중국의 지정학적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선 그런 속내를 드러낸 깊은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을 4시간여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단둥은행과 기업, 개인을 상대로 한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발표했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을 더욱 압박해 중국이 북한을 옥죄도록 하는 일종의 '이중 압박 정책'이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북 최대 압박이 성공하려면 미·중·일·러시아와 한국 등 모든 관련 국가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중국이 대북 압박 노선에서 이탈하면 트럼프의 구상은 성공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의 대북 최대 압박은 중국과의 지정학적 협의, 그리고 북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최대 관여와 병행되어야 한다. 미·중이 '최대 압박, 최대 관여'에 합의하도록 이끄는 것이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대 외교 난제다. 북핵 문제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의 지정학 의제(議題)로 크게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면서 한국의 존재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압박과 제재만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문 대통령은 북핵의 출구로 완전한 비핵화를 제시했지만, 북한이 출구를 열고 나갔을 때 펼쳐질 북한의 미래가 분명치 않다면 북한은 아예 문을 열지도 않을 것이다. 과거 북한은 한국의 대북 포용을 북한 체제의 이완과 붕괴로 이끄는 '죽음의 포용'으로 여겼다. 문 정부가 내건 한국의 대북 대화·협상의 청사진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북은 물론이고 미·일·중·러와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려면 담론 수준을 벗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과 준비가 시급하다.

이번 주 독일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한·중 정상의 첫 만남과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곳에서 문 대통령은 국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체감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상수가 되었고, 자국 이익 우선주의와 민족주의로 무장한 동북아 강대국들은 치열한 세력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들에 비해 한국은 정책 수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국이다. 한국의 새 정부가 이 도전들을 헤쳐나가려면 분야별 정책 구상과 구체적인 로드맵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2/20170702018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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