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8일자에서 “평양은 생존을 위해 외부에 강압을 행사한다는 과거와 똑같은 전술을, 과거와는 다른 방법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 몽드는 최근 북한의 개방 정책을 다룬 동경 특파원의 분석 기사 ‘북한의 새로운 얼굴’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일본 열도 위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재개발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 경매 가격을 올리는 전술을 구사해왔다”며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북한에 대한 당근과 채찍 정책이 결실을 거둬야 한다고 요구하는 미국 의회 때문에 그 전술은 한계에 도달했고, 최근 5년 동안의 식량난으로 인해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역 안정을 위해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줄이려는 미국의 정책과 자체 붕괴를 가장 두려워하는 북한의 정책이 향후 한반도에 교차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 신문은 “북한은 자신의 비중을 인정받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위협 수단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신문은 “북한이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원조를 강요하는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도 않은 채 잠재적인 지원 국가들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다만 거기에 따른 일부 혜택이 북한 주민들에게 떨어지기를 희망할 뿐”이라고 기대했다.

이밖에 르 몽드는 “평양의 주인 김정일은 어제까지만 해도 지난 83년 양곤을 방문한 한국 정부 각료들을 살해한 테러를 주도하고, 더 나아가서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 직전 대한항공기를 폭파했다는 혐의를 받은 통제불능의 피해망상증 환자였지만, 갑자기 존중할 만한 대화 파트너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홍보 기교에 관한 한 의심할 수 없는 재능을 보여주면서 미디어의 마술봉을 한번 휘두르자마자 현대적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견실한 대화 상대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최근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한 다양한 선제 행위들을 주목하면서 “남북 정상회담과 짝을 이룬 이 같은 전방위 개방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혹은 등소평 지도 하의 중국과 같은 노선을 답습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파리=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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