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의 완전군장으로 하는 산악 행군은 신병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훈련이다.

북한 인민군의 신병 훈련기간은 3개월(1993년 이전은 6개월)이다. 남한의 4주 보다 3배 이상 길다.

부모 형제와 친구들, 마을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인민군대에 나갈 때는 우쭐한 마음도 생기지만 그것도 잠시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들은 애써 눈물을 감춘다. 『조국에 아들을 바친다』는 분위기여서 눈물은 가능한 보이지 않는다. 부모나 형제들이 배웅할 수 있는 곳은 도(道) 초모소까지다. 각지에서 모여된 장정들은 초모소에서 군복으로 갈아 입고 이들을 인수하기 위해 온 각 사단 대열참모를 따라 해당 부대로 간다. 신병훈련은 사단별로 이루어진다. 머리도 사단에서 깎는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5군단 5사단에서 신병훈련을 받았던 장국철(28)씨는 신병훈련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토요일마다 있는 행군과, 신병훈련을 마치며 하게 되는 100리 행군이었다고 한다. 토요행군은 24kg의 완전군장을 하고 10리씩 달리는 것이다. 100리 강행군은 밤잠을 자지 않고 훈련하는데 이때 많은 신병들이 탈락하게 된다.

뒤에서 위생차(구급차)가 따라오며 탈락자들을 싣고 가는데 여기에 실리면 여간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지방에서 고생깨나 해본 신병들은 그나마 견디지만 평양과 같은 도시에서 고생을 해보지 못한 신병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훈련을 마치고 탈락자들과 불성실하게 훈련에 임한 신병들은 처벌을 받게 된다.

기계체조 역시 신병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훈련이다. 군사규정이 요구하는 철봉, 평행봉 동작들을 신병훈련 때 완전히 소화해야 하는데 그날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에는 밤새 철봉대에 매달려 있기도 한다.

신병생활 때는 고향으로 가장 많은 편지를 보내는 기간이기도 한다. 훈련이 힘들고 기댈 곳이 없는 병사들이 부모, 형제나 고향의 애인에게 군대생활에 대해 편지를 쓴다. 하지만 답장은 항상 『당과 수령, 조국을 위해 열심히 하라』는 내용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신병들의 신체조건이 열악해져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군복무를 마친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다. 90년대 이전에 비하면 훈련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지고 훈련강도도 약해졌다고 한다. 탈영병이 급증해 군간부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일곱 번까지 탈영해도 교양하고 내보낼 정도로 군기가 문란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상 탈영하면 군사재판에 회부하거나 생활제대(불명예제대) 명령을 받게 된다. 구타는 할 수 없게 돼 있으며 무기를 다룰 때도 심한 처벌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신병들의 하루 일과는 5시40분 기상해 군인체조와 세수 및 정돈, 준비물검사를 끝내고 7시식사, 7시30부터 8시까지 상학준비(군사교육과 훈련준비)검열을 하게 된다. 오전시간은 주로 정치상학, 병종별 이론강의 등을 하는데 45분씩 세 강의를 하게 된다. 오후시간은 체육, 대열훈련(제식훈련), 전술훈련을 하게 되며 6시 저녁식사, 7~8시까지는 덕성학습시간이다. 8시부터 보도청취시간이 있고 8.30~9.30까지 문화오락시간, 9.30~40 총화, 9시50분부터는 취침시간이다.

경보부대(특전사)나 민경부대(수색대)와 같은 특수부대의 신병훈련은 1년이며 훈련강도는 일반부대에 비해 훨씬 높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