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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문정인의 王道論, 옌쉐퉁의 覇道論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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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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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의 현실 인식은 '韓美 동맹보다 多者' '남북 대화'
中 힘 앞세운 '覇道' 추구하는데 도덕적 국제관계 주장 먹히겠나
 

이선민 선임기자
이선민 선임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중동 전문가로 학자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젊은 시절 인도네시아인 친구의 독실함에 감탄해 이슬람에 관심을 가졌고 이슬람 관련 기관에 근무하면서 이슬람 서적도 여러 권 번역했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받은 박사 학위 논문도 사우디아라비아에 관한 것이었고,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중동 정치를 주로 강의했다.

1994년 귀국해 연세대에 자리 잡은 뒤 문 특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국가정보론이었다. 국가 기밀과 정보기관을 다루는 생소한 분야를 개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연결돼 남북정상회담, 노벨상 수상에 관여하면서 동북아 국제관계와 평화 문제로 관심의 폭을 넓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동북아시대위원장과 국제안보대사를 맡고 난 후에는 중국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문정인 특보는 지난해 6월 정년퇴임 고별강연에서 "학자로서 대작(大作)을 만들지 못했고, 주문 생산에 익숙해졌다는 점에서 나는 실패한 교수"라고 고백했다. 수많은 저서와 논문, 거침없는 영어 구사와 폭넓은 국제 인맥, 타고난 달변에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소통 능력 등 많은 장점을 지녔음에도 대가(大家)로 인식되지 못하는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1년도 안 돼 '대통령의 멘토'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사진 왼쪽)문정인 외교통일안보 대통령특보가 22일 서울 종로구 연합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연합뉴스TV 대담 프로 출연에 앞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오른쪽)2015년 5월 제6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 참석한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 /성형주 기자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문정인 특보의 생각은 '한·미 동맹보다 다자(多者) 안보' '남북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로 요약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적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던 입장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심화되면서 더욱 강화됐다. 대북 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감동의 10년'으로 회상하고 "북한에 퍼주었다"는 비판은 강력 부인하며 "포용 정책 이외의 해법은 없다"는 주장을 견지한다.

이런 주장들은 사상적으로 국가 간의 협력과 조화가 가능하다는 자유주의와 상대 국가의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구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학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칸트에 심취했던 문 특보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에 기초한 '칸트적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역사적 이해는 깊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적화통일'이란 목표를 한시도 포기하지 않았고 핵무기 개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중국의 부상에 따른 '한반도의 핀란드화(化)' 우려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역내(域內) 국가들이 서로 갈등하는 '홉스적 질서'가 지배하고 스트롱맨들이 활개치는 동북아에서 역사적 접근이 결여된 외교안보 전략은 치명적 결함을 지닌다.

문 특보의 이상주의가 잘 드러난 것은 '중국의 내일을 묻다'라는 책에 실린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과의 대담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브레인인 옌 소장은 '대국 굴기(掘起)'가 중국의 소명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력에 바탕을 둔 패도(�道)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도덕과 규범에 기초한 왕도(王道)를 주문하며 동맹은 '패권의 길'이라고 비판한다. 패도를 추구하는 중국에 한국은 왕도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문정인 특보는 발언이 논란될 때마다 '학자로서의 생각'이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뒤를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안보의 좌장(座長)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성패는 짧은 5년이 아니라 긴 21세기의 한국 미래사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요한 시기에 외교안보의 '키'를 잡게 된 문 특보는 소모적인 치고 빠지기를 되풀이하기보다 대외 전략을 놓고 왕도와 패도,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본격 논쟁을 벌이는 것이 어떨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7/20170627034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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