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野시절 반대했는데… 文대통령 '혈맹 강조' 상징으로]

- 박승춘에 태클 걸었던 민주당
기념비 예산 올리자 '전액 삭감'… 난항끝에 3억 지원돼 美에 건립

- 6·25때 '장진호 전투'는
美해병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싸움
중공군 막아 흥남 철수작전 가능… 文대통령 부모도 이때 南으로 와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첫 번째 일정으로 미 버지니아주(州) 콴티코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長津湖)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일 "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이번 행사는 한·미 관계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첫 단추를 '혈맹(血盟)' 강조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 방문 행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아이러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이른바 '적폐 인사'로 지목돼 문재인 정부 들어 1호로 경질됐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민주당 반대 속에 추진했던 사업이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장진호 기념비 건립을 위한 예산 편성에 반대했었다.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합뉴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까지 북진(北進)했던 미군 해병 1사단 등 1만3000여 명이 중공군 12만명에게 포위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전투다. 미 해병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투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군은 영하 3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에서 철수 작전을 벌이다 1만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들이 중공군 포위를 뚫기까지 17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들이 중공군 남하를 막아낸 덕분에 북한 주민 20만명이 남한으로 피란한 '흥남 철수 작전'이 가능했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 부모도 이때 흥남 부두에서 7600t 급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몸을 싣고 탈출했다.

이런 의미를 담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2013년 미국 참전 용사들이 나서서 모금을 시작하며 건립이 추진됐다.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이 우리 정부 지원을 주도했고 2년 뒤인 2015년 7월 기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총 건립 비용 60만달러(약 6억8000만원) 중 우리 정부 예산 3억원이 투입됐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4일 한·미 양국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기념비 제막식도 열렸다. 아버지가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미 각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고, 한국 측에선 정부 대표로 박 전 처장과 6·25 참전 용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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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에서 중공군에 포위된 미 제1해병사단 대원들은 혹한에서 철수 작전을 벌이다 1만400여 명 사상자를 냈다. 당시 해병대원들이 부상당한 동료들을 후송하는 사진. /Getty Images 코리아

하지만 정부 예산 3억원이 투입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박 전 처장 주도로 2015년도 예산안에 기념비 건립 예산 3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넘겼다. 그러나 2014년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1 야당(野黨)인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반대에 가로막혔다. 당시 민주당은 "미국에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이미 3개나 있다"며 예산 편성을 반대했고 정무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당시 민주당 소속 김기식 예산심사소위 위원장은 "이 예산 편성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의 반대 이유에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반대하는 등 보수 성향이 강한 박 전 처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해석도 있었다.

이에 박 전 처장은 당시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어떻게 이런 예산을 깎느냐"며 서류를 던지고 항의하기도 했다. 보훈처 측은 "3개 기념비는 미국인들이 모금해 세운 것으로 우리 정부가 세우려는 기념비 예산 삭감의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논란 끝에 여야는 예산 3억원을 2년에 걸쳐 나눠서 정부 예산에 반영하기로 합의 했고 기념비 건립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전(前) 정부 임명 국무위원과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 박 전 처장에 대해서만 사표를 수리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임명돼 최근까지 6년여간 재임한 박 전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齊唱) 불허, 색깔론 발언 등으로 여러 차례 민주당 반발을 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8/20170628002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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