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북핵=협상 카드'로 봐…
그러나 북이 핵으로 노리는 것은 체제 보장 넘어 그들 방식의 통일
美도 북의 핵 포기 기대 안 해
워싱턴에 가는 文 대통령은 對北 이견 조정이 과제 될 것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워싱턴에서 30일(현지 시각)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목(耳目)이 쏠리는 이유는 그간 공고히 유지됐다고 평가받는 한·미 동맹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주 사이에 발생한 돌출 악재들은 양국 정상이 첫 대면을 하기도 전에 동맹 균열이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5일 환경영향평가 기준 확대 지시로 사드 발사대 배치가 중단됐고, 16일에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북한 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 축소 연계 발언이 나왔다. 그에 앞서 10일엔 내년 평택 이전을 앞둔 주한 미군 2사단 송별 콘서트가 좌파 시민단체의 방해로 파행을 빚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해프닝'들이 코앞에 닥친 회담에 재를 뿌리는 형국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취했다.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사드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철회를 뜻하지 않는다고 미 당국에 설명했다. 대통령 특보의 방미 중 발언은 정부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는 청와대 브리핑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미 2사단 콘서트 파행 사흘 뒤 이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힌 뒤 곧장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We go together(함께 갑시다)'를 외쳤다. 당초 대통령 일정에 없던 지난 23일의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참관 자리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글. "평화로운 한반도, 굳건한 한미동맹!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 /연합뉴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우(右) 클릭 변신'에는 얼마만큼 진정성이 실려 있는 것일까.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협력의 기대 수준은 어디까지인가. 문-트럼프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1차적 기준은 북한 위협에 대한 양국 지도부의 인식 공유 여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방송된 미국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지만 속으로는 대화를 간절히 바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가 안보의 최종적 책임자는 적의 1%의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99%는 문제가 없겠지 하는 생각이라면 북한 핵위협을 안보 정책 1순위로 설정한 트럼프 행정부와 인식의 불협화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안전 보장과 체제 보장을 받으려는 협상 카드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제까지 미국은 '비핵화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혔다. 다시 말해 안전을 보장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달성코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파기, 나아가 한반도의 연방사회주의 통일이다. 다시 말해 북한 체제의 보장과 이의 확산이다. 제네바 합의(1994년), 9·19 비핵화 공동성명(2005)이 나올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대량 경제 지원을 받은 북한은 핵 동결에 이어 핵 폐기를 이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 워싱턴에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의 진정한 폐기를 전제로 미국, 한국과의 대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미국이 이따금 북한 당국을 접촉하는 것은 상황을 관리하고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는 정보 판단의 성격이 짙을 뿐 대북 정책의 원칙과 목표를 놓고 타협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명심할 것은 김대중 정부의 2000년 6·15 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2007년 10·4 선언처럼 북핵 문제는 한마디도 담지 않은 남북 합의는 이를 주도한 남북한 당국자와 중국 말고는 국제사회의 그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행보를 보면 북한 당국이 언제 대화의 문을 열어줄까 학수고대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지도자가 북한 정권의 실체와 의도를 꿰뚫어보지 못하면 우선 한·미 동맹이 망가지고 그다음은 대한민국이 흔들릴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주권 행사의 문제로 규정하는 문 대통령의 시각도(20일자 미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대북 위협 인식의 안이함에서 비롯된다. 한·미 간 현행 합의는 북핵 위협이 해소되고 한국의 독자 방위 능력이 충족되는 것을 전작권 전환의 조건과 시기로 규정한다. 전쟁 상황을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하여 규정하고 한·미 연합군이 같이 싸우되 전투 지휘와 전쟁 승리의 책임을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는 현 체제는 북한 정권이 느낄 핵과 미사일 선제공격 유혹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북핵 문제 해결이 난망한 상황에서 미군의 역할을 배제하고 혼자 전쟁하는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우리 국민 모두가 원치 않는 전쟁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전작권을 독차지하지 못해 국민 주권 차원에서 자존심이 상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이번 워싱턴 회담에서 주목할 것은 두 정상이 악수하는 사진보다 북한을 이야기하는 비공개 대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6/201706260300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