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연평해전 부상 용사, 콜라 한 병 훔치다' 기사를 읽은 많은 독자가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1999년 해군에 입대한 조모(38)씨 이야기다. 그는 그해 6월 15일 서해 연평도 바다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밀어내는 전투에 참여했다. 인근 지원 전투함에서 소총으로 응사하던 그는 겨드랑이 부분 파편을 확인하고 군 병원으로 후송돼 스무 차례 수술을 받았다. 수술 부위가 괴사하고 염증이 번져 폐를 절제했고 한쪽 눈은 시력을 잃는 지독한 후유증을 겪었다. 의병 제대 후엔 사기를 당해 돈을 모두 잃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공자 연금 170만원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고 끼니를 해결하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 지난달 편의점에서 1800원짜리 콜라 한 병을 훔치다 붙잡혔다.

조씨가 겪는 고통 중엔 자기 책임이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지키다 폐를 자르고 한쪽 눈을 보지 못하게 된 사람이라면 국가가 적어도 치료를 받고 먹고살 수는 있게 해줘야 한다. 적과의 전투에서 건강을 잃은 상이군인이 편의점에서 콜라 한 병을 훔치도록 방치해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6·25 참전 유공자 위로연에서 "참전 용사들께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6·25 참전 용사 11만명과 베트남전 참전 용사 22만명에게 월 22만원의 참전 수당을 지급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현역 병장 경우 월급을 21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해주겠다고 했는데, 참전 용사 수당은 그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의무 복무병의 월급을 올려줄 여건이 된다면 참전 용사의 수당을 먼저 인상하는 것이 옳다.

6·25 참전 용사 평균 나이가 86세다 . 해마다 생존자가 줄어 곧 1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나라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모든 참전 용사에게 일률적으로 지원을 늘리기 어렵다면 참전 용사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가려내 우선 그분들에 국한해서라도 수당을 올려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만큼 살 수 있게 몸을 던진 사람들을 잊으면 나라가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5/20170625020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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