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4월 29일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 경기가 열린 일본 지바 경기장엔 '한반도기'가 걸렸다. '코리아'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남북한 선수와 코치들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최초의 남북 탁구 단일팀은 대회 8연패를 했던 세계 최강 중국을 3대2로 꺾었다. '지바의 기적'이었다. 현정화는 '분희하고 정화'라고 새겨진 반지를 북 이분희 선수 손가락에 끼워줬다. 이 이야기는 21년이 지나 영화 '코리아'로 제작됐다.

▶같은 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도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다. 남한에서 보름, 북한에서 열흘간 합동 훈련을 했다. 우리 선수들은 북에서 노루 고기 같은 '보양식'을 처음 먹어보았다. 포르투갈에서는 남한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이 좋아했던 청바지 등을 사주기도 했다고 한다. 코리아팀은 8강까지 진출했다. 마지막 남북 단일팀이었다. 
 
[만물상] 남북 단일팀 유감

▶남북 단일팀이 국민의 성원을 받은 것은 당시 남북 화해 무드가 바탕이 됐다. 남북은 그때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에 서명했다. 그러나 북에 이 모든 것은 기만 전략의 일부분이었다. 북은 이미 그때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들통나 1차 북핵위기가 닥쳤다. 북이 핵폭탄으로 남(南)을 몰살시키겠다고 위협하는데 남북 단일팀 같은 얘기는 더 나올 수 없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280여명의 선발된 북한 여성 응원단이 와 '미녀 응원단'이라고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왔던 북한 응원단은 버스로 이동하다 거리에 걸려있는 김정일 모습이 담긴 현수막이 비에 젖을 수 있다며 갑자기 차에서 내려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2005년 9월 인천아시아육상대회 때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응원단으로 오기도 했었다. 북에서 스포츠는 당과 수령의 위신을 세우고 외부와의 통일전선전술에 활용하는 정치 수단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스포츠 교류를 통해 남북 대화 물꼬를 터보겠다는 뜻이다. 동·서독이라면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 집단은 우리를 위협할 핵폭탄을 거의 다 완성했다. 김정은은 주민을 고사총으로 쏴 신체를 박살 내 죽이고 심지어 제 이복형까지 화학무기로 독살했다. 사소한 일로 미국 대학생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더니 결국 죽게 만들었다. 이 가공할 폭력 범죄 집단과 같은 민족이라면서 만드는 단일팀은 어떤 이상(理想)을 내세우나. 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훈련해온 우리 선수들만 또 한 번의 '평화 쇼'에 출전 길이 막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5/201706250205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