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핵무장 하든 전쟁하든" 관심 없다던 초기의 트럼프
北의 미 본토 타격 위협 커지자 '선제타격' '참수 작전' 거론
상황 따라 정책 변화 거듭해… 웜비어 사망으로 또 고비 맞아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트럼프 정부 출범 5개월여가 지나는 동안 아시아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고 트럼프의 대(對)아시아 정책도 상황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아시아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해도 좋고,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며 주한·주일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던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 특히 북한을 향한 정책에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는 없었다. 오바마 이전 미국 대통령 누구도 북한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당할 것이라는 위협에 처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본토가 북한 핵무기의 사정권에 들어갈지도 모를 절박한 상황에 당면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취임 3주 만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당면한 트럼프는 '북한은 대단히 위험한 문제이며 최대로 강경하게 다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전술핵 한국 재반입 가능성도 나왔다.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 실시됐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참수 작전도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던 중 트럼프는 "북한은 대단히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 그들은 수년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 중국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중국을 북핵 문제에 본격적으로 끌어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돕지 않는다면 미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완전한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4월 초 시진핑 주석과 저녁 식사를 하며 미·중 정상회담을 하던 중 트럼프는 시리아를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 59발 발사를 명령해 시진핑 주석을 당황하게 했다. 시리아 공격은 '시 주석, 북핵 문제를 잘 해결해주기 바라오'라는 말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장례장이 마련된 '와이오밍 고등학교'에 22일 윔비어를 추모하는 리본이 달려 있다. 푸른색과 흰색은 학교 상징색이다. 그 뒤로 추모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정상회담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온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모종의 약속을 했다고 전해진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앞장서 주는데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부를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중국은 북한 경제의 생명선을 쥐고 있으니 쉽게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제안을 환영했다. 그러다가 트럼프는 미국 군사력이 급격하게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트윗에서 "솔직히 우리는 군사력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4월 28일자 트윗에서 트럼프는 "북한은 오늘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미사일을 다시 발사함으로써 중국과, 중국 국민이 대단히 존경하는 지도자의 소망(wishes)을 짓밟았다"는 아리송한 말도 했다. 시진핑을 '중국 인민이 대단히 존경하는 지도자'라고 표현한 것이 트럼프의 진심일까? 시진핑은 트럼프의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어땠을까? 아무튼 트럼프의 언급 중에는 고도의 심리전 전술이 포함된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자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협력도 의심스러운 것으로 변해갔다. 트럼프의 거의 모든 것을 반대하는 CNN은 "북핵 문제 해결을 중국에 의존하지 말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중국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남중국해에서 '항해의 자유' 작전 시행을 보류한 트럼프를 오바마보다 못한 겁쟁이라고 비난한 언론도 있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가 뇌사 상태로 귀국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웜비어의 장례식이 있던 지난 20일 트럼프는 또다시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나는 시진핑 주석의 북핵 문제 해결 노력에 대단히 감사하고 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나는 적어도 중국이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다." "웜비어군 문제는 문책하지 않고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트럼프의 대북한 정책이 종막을 향한 또 다른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5/20170625020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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