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태권도였지만, 매력은 극과 극이었다.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년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시범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WTF의 주관 대회에서 북한 주도의 ITF가 시범을 선보인 것은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땅을 찾아 WTF 행사 무대에 오른 것은 1966년 ITF, 1973년 WTF가 창립한 이후 처음이다. ITF 시범단의 방한 공연은 양 단체 간 맺은 합의 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 의정서를 채택했다.
ITF시범단은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폐회식 공연을 포함한 네 차례 시범을 펼쳐 보이기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23일 방한했다. 새 정부 들어 첫 남북 체육 교류 사례라는 점에서 ITF 시범단의 방한은 일찌감치 주목받아 왔다. 이들이 입국한 23일 김포공항 입국장부터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ITF 태권도 시범은 이번 대회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WTF의 시범단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졌다. 당초 ITF와 WTF 시범단은 개회식 공식 행사 후 각각 13분씩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ITF 시범단 공연은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잔 실수가 이어지면서 30분 가까이 펼쳐졌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 단체의 시범 내용은 사뭇 달랐다. WTF 시범 공연이 태권도의 화려함을 보여줬다면 ITF 시범 공연은 태권도의 실용성을 강조했다.
WTF 시범은 웅장하고 경쾌한 음악을 바탕에 깔고 화려한 조명을 활용했다. 복장도 전통적인 흰색 도복 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도복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WTF 시범단은 '풍년'이라는 주제로 한편의 공연 같은 시범을 선보였다. 반면 ITF 시범단은 상대적으로 담백하면서도 묵직했다. 힘과 절도있는 동작을 바탕으로 투박하면서도 순수한 태권도를 보여줬다. 위력격파 등에서는 차력에 가까운 장면도 있었고,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상황극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는 여성 해설원의 인사로 시작된 ITF 시범단의 공연은 먼저 WTF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24개의 '틀' 중 21개의 동작으로 구성된 '단군'을 보여줬다. 이어 한번 뛰어 격파 등 다양한 기술 격파와 5㎝, 6㎝, 10㎝ 두께의 송판을 깨는 위력격파 등으로 공연 시간을 채워갔다. 시범단이 격파에서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지만, 관중들이 큰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이날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은 호신술이었다. 태권도가 실전에 유용하다는 점을 알렸다. 데이트하는 남녀에게 접근해 시비를 거는 치한들을 물리치는 '1대3 맞서기'에는 일반 여성 관중을 참가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WTF 태권도는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변화를 거듭해왔다. 반면 ITF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뿌리는 같았지만,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며 남북의 태권도는 다른 얼굴을 갖게 됐다. 이번 WTF와 ITF 시범단의 공연에서 그 차이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5/20170625007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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