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도발에… 文대통령, 현무2 발사 참관하며 경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800㎞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23일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 시험장에서 진행됐다. 발사된 미사일은 계획대로 약 500㎞를 날아 이어도 북쪽 약 6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목적은 북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늘 시험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은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명중했다"고 말했다. 현무 2 미사일은 우리 군의 대북 선제타격 개념인 '킬 체인'의 핵심 수단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나는 대화주의자이지만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며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하는 무기 체계는 파괴·살상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현장의 연구 인력들에게 "오늘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든든한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고도화되고 있어 과연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국민이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인 나도 궁금했는데, 우리 군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민이 안심해도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든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 발사 현장에는 원래 청와대에서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만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직접 참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에 직접 참관하게 되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것에 대해 많은 염려가 있었지만 나는 대통령으로서 직접 참관하고 확인하고 격려하러 왔다"고 했다.

한·미는 2012년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우리의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를 300㎞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800㎞로 연장했고, 우리 군은 지난 3월 사거리 800㎞의 능력을 갖춘 현무2 미사일 시험 발사에 처음 성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은 예정된 6차례 시험 발사 중 네 번째이고 앞으로 두 번 더 발사 시험을 한 뒤 전력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은 시험 발사에서 실제 사거리 800㎞로 날려보내는 데 공간적 제약이 있어 비행 거리를 줄여서 시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탄도미사일 최대 사거리는 500㎞이다.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이전에는 사거리가 300㎞로 제한돼 군사분계선(DMZ) 인근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풍계리 핵실험장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이 몰려 있는 함경북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무2처럼 사거리 800㎞로 늘어나면 경북 포항에서 발사해도 북한 최북단에 도달할 수 있다. 현무2 탄도미사일은 킬 체인뿐 아니라 유사시 북한의 전쟁 지도부를 파괴하는 대량 응징 보복(KMPR) 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예정에 없던 문 대통령 방문에 연구소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방문과 격려는 가족에게까지도 하는 일을 밝히지 못하는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자리가 되었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연구소 방명록에 '우리 국방, 우리 과학의 힘으로'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