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기만 배치 합의했다는 文대통령 발언 관련 입장 밝혀]

- 靑이 보는 '배치 앞당겨진 이유'
"성주골프장으로 부지가 바뀌며 올해 1기·내년 5기 합의해놓고
탄핵·조기 대선에 앞당긴 듯"

- 韓·美 군당국은 고개 '갸웃'
사드 결정된 후 지금까지 한번도 '순차 배치 계획' 밝힌 적 없어…
줄곧 "2017년내 배치" 표현만 써

- 朴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반발
"1+5 배치? 말도 안되는 소리…
韓·美 합의는 1개 포대가 기준, 발사대 1기론 성능 발휘 못한다"
 

"한·미는 당초 사드 발사대 1기는 올해,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합의했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22일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 군 당국이 밝혀온 배치 일정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와 지난 정부, 미국 정부 3자 사이의 '진실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 시각) 문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미가 당초 2017년 하반기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나머지 발사대 5기는 2018년에 배치하기로 했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드 포대 전체를 배치하는 게 한국 국민과 주한 미군을 방어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드는 발사대 6기가 한 세트다. 미 국방부는 "우리는 전(全)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하고 전적으로 투명하게 협의해왔다"며 "미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국 정부의 입장이 동맹의 결정이었으며, 앞으로 철회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잇단 의혹 제기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잦아들던 한·미 간 사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 보이자, 청와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발언은) 외신이 '사드 배치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질문을 하자 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연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1기를 올해, 나머지 5기를 2018년에 들여오자는 한·미 간 합의는 사드 부지가 작년 7월 성산포대에서 그해 9월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미 미사일 기지가 있었던 성산포대라면 2017년에 발사대 6기를 한꺼번에 배치해도 되지만, 골프장은 1·2차로 부지를 나눠서 조성하기 때문에 1기, 5기를 순차 배치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합의는 문서가 아닌 구두(口頭)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18년까지 순차 배치' 합의가 다시 현재와 같은 '2017년 조기 배치'로 앞당겨진 것에 대해선 "탄핵 및 조기 대선 결정 시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지 못하도록 발사대 2기를 최대한 빨리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어떤 연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절차들이 앞당겨졌다"고 말한 것도 이를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추측을 뒷받침하는 '물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미 양측은 지금까지 한 번도 '순차 배치'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작년 7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줄곧 '2017년 중에 배치' '2017년 내 배치'란 표현을 썼을 뿐이다. 특히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작년 11월 4일 한 강연에서 "주한 미군 사드 배치를 8~10개월 안에 완료할 것"이라며 "한국에 오는 사드 포대는 괌 포대(발사대 3기)보다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언급한 '1+5 배치 계획'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란 입장이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에 합의된 사드 배치 계획은 1개 포대가 기준이지, 발사대가 아니다"고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1기만 갖다 놓겠느냐"며 "군사적으로 1은 0과 같다. 최소 단위가 2기"라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유사시 북한은 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쏠 것이고, 1발당 사드 요격 미사일은 최소 2발을 쏴야 한다"며 "발사대 1기(요격 미사일 8발)로는 사드 체계의 성능을 거의 발휘할 수 없다"고 했다.

'1+5 순차 배치'는 외교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이란 지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발사대 1기만 배치되면 사드 본연의 역할 수행이 어려워 '사드는 북 미사일 대응용'이란 한·미의 중국 설득 논리가 무너진다"며 "사실상 레이더만 돌아가는 것과 같아 중국의 의심을 사기 딱 좋은데 뭣하러 그런 자충수를 두겠느냐"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4/20170624002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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