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망' 후 강경해진 美, 독자제재 카드 꺼낼 수도]

- 북한 '생명줄' 원유 옥죄나
美·中 외교회담서 논의 가능성
중국이 압박 강화하지 않으면 北 거래하는 中기업 제재할 수도

- 백악관 "김정은과 더 멀어졌다"
트럼프 "웜비어 죽음은 치욕"… 北 압박 기조 이어갈 뜻 비쳐
의회에선 北 여행 금지 검토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사망한 이후 미국에서 대북 강경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독자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한 미국의 분노는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쓰자,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단행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수년간 공습을 머뭇거렸지만,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공격 이틀 만에 공습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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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은 美·中 -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서 미국의 렉슨 틸러슨(왼쪽 맨앞)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왼쪽에서 둘째) 국방장관, 중국의 양제츠(楊潔篪·오른쪽에서 넷째)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팡펑후이(房峰輝·오른쪽에서 다섯째)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등 양국 관계자들이 마주 앉아있다. /EPA연합뉴스
웜비어 사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19일에 이어 20일에도 계속됐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후 기자들을 만나 "웜비어에게 일어난 일은 완전히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웜비어를 좀 더 일찍 데려왔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임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그동안 큰 효과가 없었다"고 적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결론을 내리고, 독자적인 행동을 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한 강연회에서 "북한의 잔혹성을 규탄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한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했다.

중국의 대북 제재에 물음표를 붙인 트럼프의 언급은 2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는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중국의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등이 참석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북한에 원유·석유 등 필수품 공급을 불허하는 방안을 중국 등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북한이 필요한 원유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생명선'인 대북 원유 공급을 크게 줄인다면 북한은 산업과 에너지, 군사 훈련 전반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중국의 태도가 미지근할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개인을 직접 제재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달 초 중국 정부에 중국 기업 약 10곳의 대북 거래를 제재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백악관은 웜비어 사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날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고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이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분명히 더 (정상회담에서) 멀리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동맹국과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에선 상·하원 외교위원장들이 모두 나서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현재도 세 미국인이 날조된 유죄판결을 받고 북한에 억류 중"이라며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북한은 정기적으로 외국인을 납치하고 자국민 12만명을 수용소에 가두는 정권"이라며 "북한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웜비어 사망이 선제 타격 등 미국 군사 행동의 단초가 될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렸다. 블룸버그통신은 "군사 개입 등 공세적 대북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아직 미국인 3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어 대화 이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2/20170622002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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