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한반도 전개' 이례적 신속 공개
브룩스 사령관, B-1B 공보 계획에 'active(적극 홍보)' 친필 사인… 한국軍에 항공촬영 지원 요청도
2대 날아와 영월서 폭격 훈련

- 美, 전략자산 전개 축소론에 불편
"北에 대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우리 정부에 섭섭함도 보인 것"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 김성덕 공군 공보팀장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 2대가 오늘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과 함께 연합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한 B-1B 편대가 제주도 부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직후였다.

미 전략 자산 관련 사안을 우리 측이 이처럼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반도 향해… 괌서 이륙하는 '죽음의 백조'들 -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 B-1B 랜서가 20일 오전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이날 한반도 상공에 전개된 B-1B 2대는 우리 공군 F-15K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강원도 영월의 필승사격장에서 폭격 훈련을 하고 괌으로 복귀했다. /주한미군
주한 미군 사정에 정통한 군 소식통은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이 'B-1B 전개 사실을 적극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브룩스 사령관은 전날 참모진이 B-1B 관련 공보 계획을 보고하자 결재 서류 하단에 친필로 'active(적극적)'라고 적었다. '언론에 적극 알리라'는 의미다. 통상 '비공개' '제한적 공개'란 의미의 'passive(소극적)'를 적는데 이날만은 달랐다는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주한 미 7공군 측은 전날 우리 공군작전사령부를 통해 항공 촬영 지원을 요청했고, 우리 공군은 이날 B-1B 편대를 호위한 F-15K 2대 외에 항공 촬영용 F-15K 한 대를 추가로 훈련에 투입했다.

미측이 촬영한 괌 이륙 사진과 우리 측이 촬영한 한반도 훈련 사진은 이날 주한 미군 페이스북과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 웹사이트에 각각 게시됐다. 이날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후속 질문에도 김 팀장은 "(B-1B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남단으로 들어와서 제주도 남방, 동해 쪽, 그리고 서쪽을 경유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우리 공군) F-15K 2대가 같이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한반도 상공에 2~3시간 정도 머문다"며 자세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미국 B-1B 2대 이동경로
과거 군 당국은 B-1B가 한반도에 전개됐다 돌아간 뒤 북한의 항의성 보도가 나와도 출격 여부에 대해 함구하거나, 마지못해 출격 사실을 시인하더라도 구체적 내용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날 이처럼 180도 달라진 미측 태도에 대해 주한 미군 주변에선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겠지만 최근 우리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미측은 최근 청와대가 앞장서서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에 제동을 건 점에 크게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지난 10일 반미 단체들의 조직적 방해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파행된 데 대한 섭섭함도 상당하다"고 했다.

특히 군 안팎에선 최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미 전략 자산과 한·미 연합 훈련 축소'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문 특보 발언으로 촉발된 전략 자산 축소 논란과 무관하게 미군이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계속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는 것이다.

또 이날 B-1B 한반도 출격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가 사망한 지 수시간 만에 이뤄졌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웜비어가 죽자 '죽음의 백조'(B-1B의 별명)가 떴다"는 말도 나왔다.

B-1B는 미국의 3대 전략 폭격기 가운데 가장 빠르고(마하 1.2), 가장 많은 폭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 북한도 B-1B의 출격에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괌에서 이륙하면 2시간 30분 이내에 한반도 상공에 도착한다. 지난 3~4월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기간 수차례 한반도에 출격한 B-1B는 지난달에도 최소 두 차례 한반도에 전개돼 동해 상에서 미 핵 항모 칼빈슨 전단과 훈련을 하고 돌아갔다. 당시 출격 사실도 북한의 보도 이후 확인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1/201706210024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