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文특보 발언]
"北도발과 韓美훈련 '쌍중단'… 중국의 주장과도 맥이 같아"
 

전문가들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에 균열을 생기게 하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측이 대북 공조 이탈로 느끼면서 '노무현 정부 초기의 한·미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한·미 입장과 배치

문 특보는 16일(현지 시각)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한반도의 미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면서 "이런 게(군사훈련과 전략무기 배치가)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북한의 대응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일 시대보다 김정은 시대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이 함양된 것은 분명한데, 그만큼 미군 전략무기가 전진 배치되니까, 북한이 '약한 사인 보면 미국이 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미 합동훈련과 전략무기 배치가 한반도 긴장 고조와 북한 도발의 원인이란 주장은 그동안 북한, 중국, 러시아가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해 온 논리다. 반면 한·미는 합동훈련이 "투명하고 방어적 성격이며, 한·미 동맹의 기본 정신에 따라 40년 동안 정례적이고 공개적으로 실시돼 왔다"고 해왔다. 문 특보 발언은 기존의 한·미 입장을 뒤집는 것이면서, 북·중·러의 논리와 일치한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18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데, 미국의 전략자산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 축소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압력에 대한 투항"이라고 했다.

전략 노출로 협상력 떨어뜨려

문 특보는 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연계'를 언급하며 이를 "문 대통령의 제안"이라고 했다. 이 역시 '쌍중단(雙中斷·북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훈련 동시 중단)', '쌍궤병행(雙軌竝行·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동시 진행)'이란 중국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미 훈련 축소나 평화협정 추진 등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며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미리 얘기해 버리면 협상력이 떨어져서 우리가 바라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얻어내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도 "내용을 떠나 미리 우리의 전략을 다 노출시키는 '촉새 외교'로는 어떠한 실익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문 특보는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우리가 남북 대화를 하는데 북·미 대화의 조건과 맞출 필요는 없다" 같은 말도 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주한 미군과 유사시 한반도 남부에 도착할 증원군 보호 등을 고려해 사드 배치를 원했다"며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한반도에 와있는 미군 병력의 보호가 시급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한·미 동맹에 아무 영향이 없길 바란다면 좀 안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9/20170619002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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