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美중인 문정인 특보 "북핵-미사일 동결시 한미군사훈련-전략무기배치 축소할 수도"
美 "북한과 대화 위해선 먼저 비핵화 돼야. 입장 바뀐 것 없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66)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한국 내 전략무기 자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미국과 상의하겠다고 16일(현지 시각)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와 관련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문 특보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신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며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제안이 문 대통령에게서 직접 나온 것(he proposed)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다면 대화 재개를 넘어 한미 동맹의 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라는 뜻이다.

문 특보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이 동해와 서해에 배치되는 등 국내 미국 전략무기 배치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력시위를 북한도 하지 말고, 미군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냐는 질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한미)가 얘기하면 (훈련 규모와 전략무기의) 하향 조정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문 특보는 지난 4월 종료된 독수리훈련을 예로 들어 "훈련이 끝나면 핵 추진 항모전단 칼빈슨함이 떠나야 하는데 5월까지 있지 않았냐"면서 "한반도가 더 안정되게 하려면 불필요하게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핵 프로그램 동결시 전략자산 축소' 제안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면서도 "그래도 시도는 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오는 29~30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자산 축소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2주가량 앞두고 밝혀진 만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특보는 특파원간담회에서는 사드와 관련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말했다.

그는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 때문에 동맹이 깨진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온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 발언은 사드 배치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법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며, 대통령 특보 자격이 아니라 학자로서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15일 ‘북한이 추가 도발 중단시 조건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북 대화의 전제 조건은 추가 도발 중단 수준이 아니라 비핵화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이(비핵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 북한에 도발적 행동을 줄일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전혀 그(도발적 행동 중단)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을 방문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가 1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제5차 한미대화 행사에서 오찬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7/20170617008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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