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진 "웜비어, 뇌 조직 광범위하게 손상…북한 주장 보틀리누스 식중독 걸린 증거 없어"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석방돼 귀국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는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것이 아니며, 광범위한 죄 조직 손상을 입은 상태라고 미국 의료진이 밝혔다.

웜비어가 입원한 오하이오주(州) 신시네티 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1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그는 안정적이지만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라고 발표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웜비어는 호흡 보조장치 없이 숨을 쉬고 있으며 심장을 비롯한 장기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말을 이해하거나 주변을 알아본다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병원의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웜비어의 신경 상태를 가장 적합하게 기술하는 용어는 ‘깨어있지만 반응하지 않는 상태(state of unresponsive wakefulness)’"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 또는 대뇌피질상실증후군(apallic syndrome)을 대체해온 의료용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캔터 박사는 “웜비어는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깜박인다”며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의도하는 어떠한 동작이나 행동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미 의료진은 지난해 4월 북한에서 찍힌 웜비어의 MRI 사진을 전달받았다. 웜비어가 뇌 손상을 입고 몇 주가 지난 뒤 이 사진이 찍힌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캔터 박사는 “뇌의 모든 부분에서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됐다”며 “이런 종류의 부상은 일반적으로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 조직이 죽을 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뇌로 혈류와 산소공급이 차단되면서 나타나는 뇌 조직 손상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또 “웜비어 같은 건강한 젊은이들에게 심폐 정지는 마약중독, 외상성 손상 같은 드문 경우에만 나타난다”며 “우리는 웜비어의 신경 손상의 원인 이나 정황에 대한 확실하고 입증 가능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가혹 행위를 뒷받침할만한 신체적 외상이나 골절의 흔적도 없었고 두개골과 목뼈도 정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상태가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내세운 식중독설에 대해서는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