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北설명 의학적으로 믿기 힘들어"
NYT "반복적 구타당했다는 정보입수"

WP "북한이 미국 시민에 危害 가한 것, 반드시 벌 줘야"
한국 온 섀넌 국무부 차관 "충격적"… 北여행 금지 검토
 

미국과 북한의 대화 시도와 사태 악화 과정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혼수상태로 돌아오자 미국이 분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 사설에서 "북한이 미국 시민에게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해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며 "신속한 대북 제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은 미 국무부의 '여행 경고(warning)' 국가다.

한·미 정상회담 조율 등을 위해 방한한 토머스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도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웜비어의 혼수상태 귀국과 관련, "북한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충격적(outrageous)"이라며 "북한에 억류된 다른 미국인들(3명)도 즉시 풀려나야 한다"고 했다. 반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웜비어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미국을 떠났던 웜비어는 지난 13일 밤 삭발을 하고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미국 공항에 도착했다. 현재 그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간혹 음악에 반응을 보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웜비어가 입원한 오하이오 병원 대변인은 AP 통신에 "웜비어가 심각한 신경 손상을 입었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라고 했다.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는 이날 CNN이 방송한 인터뷰에서 "아들은 북한에서 전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며 "북한은 잔혹하고 테러리스트 같은 집단"이라고 했다. 가족들은 일주일 전까지 웜비어가 혼수상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웜비어는 작년 1월 평양을 여행하다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체제 전복 혐의)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선고 직후인 작년 3월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겼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부국장은 "대학생의 짓궂은 장난에 불과한 행동에 벌금도 아닌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것은 (웜비어를) 정치적 도구로 쓰려 한 것"이라며 "북한이 웜비어에게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웜비어가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북한 측 설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2남 1녀 중 장남인 오토 웜비어(가운데)가 여동생 조앤(오른쪽), 남동생 오스틴(왼쪽)과 함께 찍은 사진.
이 건장한 대학생 청년이… ‐ 2남 1녀 중 장남인 오토 웜비어(가운데)가 여동생 조앤(오른쪽), 남동생 오스틴(왼쪽)과 함께 찍은 사진. /웜비어 페이스북
WP는 의학 전문가를 인용해 "보톨리누스 중독증으로 의식을 잃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고, 수면제를 복용해 혼수상태로 갔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며 "극단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설명"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고문 가능성을 의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최근 정보 당국이 웜비어가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인질) 사건 초기에는 웜비어가 (구타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했다.

미국 정가는 여야(與野) 구분 없이 북한을 맹비난했다. 웜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상원 의원들이 앞장섰다. 공화당의 롭 포트먼 상원 의원은 "북한의 혐오스러운 행동은 국제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이 1년 이상 (웜비어에 대한) 영사 접견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얼마나 인권을 무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의원은 "북한의 비열한 행동은 반드시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소속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상원 의원(매사추세츠)도 "웜비어의 건강이 매우 위독한 상황임에도 북한이 그를 장기간 구금한 것은 보편적 인도주의 규범에 위배되고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6/20170616002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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