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억류한 외국인들을 평양 인근 외국인특별교화소로 보낸다. 5년 전 그곳에 수용됐던 첫 미국인이 케네스 배씨다. 선교 활동하러 북에 갔다가 '공화국 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받았다. 그는 첫날 점심으로 절인 채소 몇 개 띄운 국수를 먹었다. 저녁은 밥 조금에 멸치보다 약간 큰 생선 두 마리가 전부였다고 한다. 그런 음식 먹고 매일 콩밭 매고 돌 운반 하는 노역을 했다. 그는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27㎏이나 빠져 병원을 오가야 했다.

▶교화소는 관리가 엄격했다. 10대 수용 규칙 중 첫째와 셋째가 '관리성원(교도관) 명령엔 절대 복종한다' '말대꾸하지 않는다'였다. 그가 노역할 땐 간수 셋이 옆에서 권총 차고 지켰다. 그는 "15년이 아니라 15일 안에 나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만물상] 北에서 식물인간 된 美 청년

▶그런 절박함을 이용해 북은 '인질 외교'를 한다. 배씨가 수감된 지 한 달쯤 지나 '최고 검사'라는 이가 찾아왔다. "당신네 정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소. 가족에게 더 분발하라고 편지를 써야갔어." 그때 그는 자신이 인질 카드임을 깨달았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 국장이 특사로 파견되고 나서야 그는 풀려났다. 억류 735일 만이었다.

▶북의 인질 외교 전과(前科)는 수두룩하다. 외교적 이득이 쏠쏠했다. 대표적인 게 1968년 미국 정보수집선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다. 승무원들을 억류하고 11개월 줄다리기한 끝에 미국과 판문점 비밀 접촉을 성사시켰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정식 호칭까지 따냈다. 2009년 미 여기자 둘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한 뒤 풀어줬고, 이듬해엔 또 다른 미국인을 카터 전 대통령 방북 이후 석방했다.

▶작년 1월 북한 관광 중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 13일 풀려났다. 이번에도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한 뒤 석방했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이 들끓고 있다. 그가 머리를 빡빡 깎고 코에 호스 꽂은 채 들것에 실려 식물인간 상태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무심코 한 일에 15년형을 선고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북은 "일종의 식중독에 걸린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그리됐다"고 했지만 미국 언론은 "그가 반복적으로 구타당했다는 정보를 미 정부가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사람을 고사총으로 박살 내고 화염방사기로 태우는 나라니 어떤 짓을 했을지 모른다. 북이 그런 야만성을 미국 국민을 상대로도 드러낸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5/20170615036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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