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동안 억류돼 있다가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지난해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17개월째 억류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현재 혼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의 가족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재판을 받은 뒤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렸고, 수면제를 복용한 후 ‘코마’ 상태에 빠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 사실을 일주일쯤 전에 소식통을 통해 접촉한 북한 관리들에게서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리처드 부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박사는 13일(현지 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었지만 최근 사망할 기미가 보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더 이상 그를 억류해 얻어낼 양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며 “그가 사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시 박사는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웜비어를 석방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인데, 북한은 그렇게 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협상이 성사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부시 박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미국 농구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웜비어 석방과 연관이 있을 순 있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같은날 CNN 방송에 출연, 로드먼의 방북과 웜비어의 석방은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으며 북한이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칼린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웜비어의 석방을 미국과 북한간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RFA에 강조했다.

미 버지니아대 학생인 웜비어는 작년 1월 북한 관광을 갔다가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과 협상에서 웜비어의 석방을 얻어냈으며 아직 억류돼 있는 미국인 3명의 석방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지난 6일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뉴욕에서 유엔(UN) 주재 북한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웜비어의 건강 상태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 석방 협 상을 추진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윤 특별대표의 방북을 결정했다. 윤 특별대사와 의료팀으로 구성된 미국측 대표단은 지난 12일 북한에 도착해 웜비어의 상태를 확인한 뒤 인도주의 차원에서 웜비어의 석방을 요구했다.

미 정부가 웜비어의 석방 대가로 북한 측에 어떤 양보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4/20170614009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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