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추정 소형 비행체가 경북 성주골프장의 사드 포대를 정찰하고 항공사진 10여장을 찍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무인기는 군사분계선에서 성주골프장까지 270㎞를 남하한 뒤 북상하다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군사 대치 상황에서 사드와 같은 주요 방어 무기 체계를 이토록 요란스럽게 배치하는 나라는 아마도 지구 상에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극렬한 괴담, 반대 선동과 지역민 반발에 정치권까지 가세하자 거기에 굴복한 전(前) 정부는 후보지 검토에서 최종 선정까지 중계방송하듯이 진행했다. 그 결과 선정 지역이 중간에 바뀌는 있을 수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북한이 사드 포대 좌표를 모를 리 없다. 무인기가 찍은 성주골프장 전경에는 현재 배치된 발사대 2기, 레이더 등 핵심 장비 위치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한다.

이 무인기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침투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이번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과, 지난달 8일 북한 TV가 '위성사진'이라며 내보낸 사진이 흡사하다고 하니 이미 정찰에 성공한 다른 무인기가 있을 수 있다.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다른 전략 시설이 노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14년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 비행 거리가 180~300㎞였던 것을 감안하면 성능 개선도 상당히 이뤄졌다. 당시 청와대 상공이 뚫려 저고도 탐지를 위한 레이더망을 보강했지만 북한 무인기의 진화 속도를 못 따라갔다. 북한이 폭탄 투하가 가능한 공격형 무인기를 갖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드를 둘러싸고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마치 희극 같다. 군사 기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사드 참외'라는 등 웃지 못할 괴담이 횡행했다. 주민들은 사드 유류 반입을 막는다면서 길을 막고 '검문'을 하고 있다. 경찰은 보고만 있다. 중 국이 반대하는 것은 레이더인데 부속물에 불과한 발사대를 붙잡고 늘어져 중국을 달랜다고 한다. 정부는 일부러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환경평가를 한다고 머리를 짜낸다. 심지어 군사 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반입한 것은 큰 비리라고 난리다. 여당은 "밀반입"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김정은은 무인기로 사드 소란 중인 우리를 농락했다. 희극이 아니면 무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3/20170613034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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