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文대통령 만나는 흥남철수 빅토리호 선원 로버트 러니]

함남 흥남이 고향인 文대통령 부모… 빅토리호 타고 탈출, 남한 정착
"미군이 피란민 구조 꺼린적 없어… 흥남철수 진정한 영웅은 한국인"
 

"우리가 구출해낸 피란민의 아들이 한국의 새 대통령이 됐다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빅토리호에 타지 못했다면 문 대통령은 현재 위치에 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백발이 성성한 구순(九旬) 미국인은 67년 전 겨울 흥남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1950년 12월 흥남부두. 총탄이 날아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피란민들은 7600t급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탔다. 피란민 1만4000여 명을 빼곡히 실은 배가 거제도로 '생명의 항해'를 시작했다. 영하 20도 강추위에 정원의 7배가 넘었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5명 아이까지 태어났다.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해낸 빅토리호의 이 기적적인 생명 구출 작전은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당시 빅토리호 상급 선원이었던 로버트 러니(90) 변호사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州) 브롱스빌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흥남 철수 작전과 문 대통령의 인연을 회고했다. 그는 "이달 말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방미 기간 나를 워싱턴 DC로 초청해 만나기로 했다"며 "그는 평화를 추구하는 훌륭한 리더가 될 것이며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한·미 동맹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또 "전쟁으로 초토화된 한국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일으켰는지 내가 느끼는 경애심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로버트 러니 변호사는 “그때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빅토리 호에 타지 못했다면 문 대통령도 현재 위치에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2008년 본지와 인터뷰하는 러니 변호사. 오른쪽 사진은 1950년 흥남 철수 작전 당시 피란민들의 모습.
로버트 러니 변호사는 “그때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빅토리 호에 타지 못했다면 문 대통령도 현재 위치에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2008년 본지와 인터뷰하는 러니 변호사. 오른쪽 사진은 1950년 흥남 철수 작전 당시 피란민들의 모습. /오종찬 기자·연합뉴스

함남 흥남이 고향인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12월 22일 빅토리호에 몸을 싣고 흥남을 탈출해 사흘 뒤인 성탄절에 거제항에 도착, 남한에 정착했다. 문 대통령은 3년 뒤인 1953년 1월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레너드 라루(2001년 작고) 선장을 도와 흥남 철수 작전에 참여했던 러니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부두 전체는 중공군 10만여 명에게 포위돼 퇴로는 해상밖에 없었는데, 피란민들이 빅토리호에 탑승하는 16시간 동안 불과 4.5㎞ 앞까지 뒤쫓아온 중공군은 극한의 공포였다"며 "북한이든 남한이든, 공산주의자든 반공주의자든 살고자 하는 이들이었기에 구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피란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승선했고, 거제항에 도착해 하나같이 정중하게 절을 하고 내렸다"며 "흥남 철수 작전의 진정한 영웅은 한국인"이라고 했다.

러니 변호사는 흥남 철수 작전은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의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1950년 12월 8일 '피란민을 구출하라'는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의 명령문이 배에 내려왔다"며 일부 영화에서 미군이 피란민 구조를 꺼린 것처럼 묘사된 것을 반박했다. 지난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 방한한 그 는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를 둘러봤을 때 굴뚝밖에 남은 게 없었는데 오늘날 위대한 발전을 이뤘다"며 "생전에 남북통일을 꼭 보고 싶다"고 했다.

흥남 철수 이후 귀국한 그는 코넬대 법대를 졸업하고 5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8년 은퇴했다. 이후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 등과 함께 빅토리호의 감동적 스토리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4/20170614001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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