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도발]
이달 초 성주 사드기지 찍은 후 복귀하다 인제서 추락

- 진화하는 북한 무인기
2014년 비행거리 180~300㎞, 이번엔 500㎞ 이상으로 늘어
軍 "2m 크기 무인기 탐지 어려워… 추락 안했다면 발견 어려웠을 것"

- 北, 중국 통해 무인기·부품 조달
2014년 3월 백령도 발견 기종, 베이징 소재 회사들이 생산·판매
체코 엔진·미국산 안테나도 반입… 안보리 대북 제재 구멍 보여줘
 

북한이 지난달 8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붉은 원)의 위성사진이라며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사진(위). 아래는 북한이 X-밴드 레이더(붉은 원)의 모습이라고 주장한 사진.
북한이 지난달 8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붉은 원)의 위성사진이라며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사진(위). 아래는 북한이 X-밴드 레이더(붉은 원)의 모습이라고 주장한 사진. /연합뉴스

북한군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주민에 의해 발견된 것은 지난 8일이다. 이 비행체에 탑재된 카메라가 촬영한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는 비교적 최근 모습을 담고 있었다. 무인기가 사드 포대를 촬영한 시점이 6월 초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6월 초는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사건'과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며 사드 논란이 한·미 간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던 시점이다.

급속도로 향상된 北 무인기 능력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군사분계선(MDL)에서 성주 사드 기지까지 내려갔다가 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총비행거리는 500㎞가 넘는다. 2014년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삼척,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비행거리가 180~300㎞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능이 크게 향상된 셈이다. 합참도 13일 브리핑에서 2014년 백령도에서 수거한 무인기와 달리 이번 무인기에는 트윈 엔진이 장착돼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8일 사드 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2장을 공개했었다. 당시 북한은 이 사진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무인기를 내려보내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현재 우리 군의 대공 감시 체계로는 크기 2m 안팎의 무인기를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번 것도 추락하지 않았다면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북한의 무인기 능력이 날로 향상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여전히 완벽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보리 제재에 따라 엔진, 컨트롤러, 광학 센서 등 무인기 관련 물품은 모두 북한에 수출·이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지난 2월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중국인 브로커를 통해 무인기와 그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2014년 3월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를 분석한 결과, 베이징 마이크로플라이(Microfly) 공정기술 유한공사가 생산한 기종임을 밝혀냈다. 이 회사가 베이징에 있는 다른 중국 회사 레드차이나 지오시스템(RedChina Geosystem)에 무인기 7대를 판매했고, 이것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작년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도 체코에서 만든 엔진, 미국에서 생산한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안테나, 캐나다제 비행통제컴퓨터 등이 이 중국 회사 두 곳을 통해 북한에 건네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전문가 패널은 "북한은 정찰, 표적, 전투 등 다른 목적의 무인기 약 300대를 갖고 있으며 정찰총국이 조달, 생산, 운용에 관여한다"고 밝혔다.

北, 미사일 무력화에 두려움 느껴

북한 무인기가 사드 기지 주변을 집중 촬영했다는 것은 사드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사드 체계의 미사일 요격 능력을 부정해 온 북한이 실제로는 심각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주한 미군 사드 배치가 거론되기 시작하던 2014년부터 사드 체계를 비난해왔다. '사드는 무용지물'이란 주장이 주를 이뤘다. 특히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와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집중 제기한 지난 6일부터 북한 매체들은 하루도 빼지 않고 사드 비난 기사와 논평을 싣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주장이 국내 일각의 '사드 철회' 주장과 거의 똑같다"며 "북한이 사드에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드 배치로 인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상당 부분 제한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14년부터 노동급 이상의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기 시작한 것은 한·미의 기존 요격 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사드가 완전 배치되면 북한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사드 포대는 지난 4월 26일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 일부 전력만 야전 배치된 상황이다. 나머지 발사대 4기까지 마저 배치하려면 환경영향평가와 시설 공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청와대의 '제동'으로 배치 완료 시점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아직 고압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비상용 발전기를 돌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사드 반대 시위대에 막혀 유조차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은 현재 헬기를 띄워 유류를 수송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4/20170614002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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