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자 한 신문에 경북 성주 주민들이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막고 차량을 검문하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성주 사드 포대는 레이더를 움직일 고압 전기 공급 송전망을 아직 갖추지 못해 일단 기름으로 비상 발전기를 돌려 임시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사드 가동 연료인 유류가 반입되는 걸 막겠다고 검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군은 차량을 동원하지 못하고 헬기로 여러 차례에 나눠 기름을 공수(空輸)하고 있다.

헬기를 쓰면 비용도 많이 들고 원활한 연료 수송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달 21일 북한이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발전용 기름이 일시 바닥난 상태여서 미사일 추적 레이더를 작동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주민들이 한 명씩 교대로 경광등을 들고 지나가는 차량을 일일이 검문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인데도 경찰이나 성주군은 반발을 우려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무법천지다. '나라가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기 의정부시가 지난 10일 마련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도 황당한 이유로 파행됐다. 민노총·노동당 등이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SNS 등을 통해 출연 예정 가수와 기획사를 상대로 협박 전화와 악성 댓글이 쏟아진 탓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출연진은 아예 콘서트장에 나오지 않았고 인순이와 크라잉넛 등도 '죄송하다'는 말만 하면서 머리를 숙인 후 노래는 못 부르고 무대를 내려갔다. 민노총과 노동당이 반대한 이유는 "왜 하필 미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 15주기(6월 13일)를 사흘 앞두고 미군 위로 공연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미 2사단은 내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의정부시가 52년간 지역에 주둔하면서 안보를 지켜준 미 2사단에 송별의 의미를 담아 감사 행사를 마련한 것이었는데 반미(反美) 단체들이 판을 깨버린 것이다.

사드는 동맹국 미국이 주한 미군을 북 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배치 비용도 미국이 댄다. 부수적으로 우리 국토 절반가량도 사드 방어 범위에 들어간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한국을 구하러 미국 본토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 부대다. 한 전투에서 사단 병력의 3분의 1을 잃는 큰 희생도 치렀다. 15년 전 발생한 효순·미선양의 비극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었지만 교통사고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힘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어 미국의 힘을 빌리고 있는 처지이다. 그런데도 이런 망동(妄動)을 벌이고 정부와 경찰은 방치한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안보가 위태롭다는 걱정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2/20170612026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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