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장관 후보자 기자 간담회
'보수층 의식한 발언' 해석 나와
"육해공군 전체 다 알고 있다, 해군 출신이라 부르지 말라"
사드 환경평가 논란 관련해선 "조금 미숙하게 대응한 면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12일 "북한을 북괴라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방부 한민구 장관과 서주석 차관을 만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1999년 해군 제2함대 제2전투전단장 시절 승전으로 이끈 제1차 연평해전을 회고하며 "저의 군 인생과 전 인생에서 6·15(연평해전) 같은 전투 기억을 가장 값지게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북괴 정규군과 대한민국 정규군끼리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교전한 것이고 완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괴' 언급, 천안함 발언 논란 탓?

송 후보자가 요즘 군에서도 거의 쓰지 않는 '북괴'란 표현을 쓴 것은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송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직후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수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위원장 정기승)가 선정한 '친북·반국가적 언동자' 명단에 오른 적이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가 1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송 후보자는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장관과 서주석 차관을 만나고 기자 간담회도 가졌다. /연합뉴스

송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 사흘 뒤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일각에선 자꾸 북한, 북한 하는데 사고 해역을 안다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사고 해역은 북한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활동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서울신문도 송 후보자가 천안함 폭침 열흘 뒤 열린 민주당 비공식 회의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처럼 한·미 공동 작전 중에 북한이 도발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송 후보자는 '친북·반국가적 언동자' 명단에 오른 직후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북한과 국내 안보 위해(危害) 세력들에 의해 재인용돼 북한 소행설에 면죄부를 준 점은 유감이나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신중론을 편 것이 와전됐다"는 취지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최종 명단에선 제외됐다. 하지만 당시 군 당국에서 '북 어뢰설'에 무게를 싣는 상황에서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인사가 북한 소행설을 부인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방 개혁은 우리 군의 '버전 업'

송 후보자는 이날 "(난) 대령 때부터 장성 때까지 합참에 근무하며 육·해·공군 전체를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나에 대해) 해군 출신 장관이라는 언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해군 출신인 그가 장관이 되면 육군 중심의 군 수뇌부를 흔드는 개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국방 공약인 국방 개혁과 관련, "육·해·공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전장과 무기 체계 등 모든 게 바뀌니 옛날 형태에서 '버전 업'되는 그런 군을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중장)을 지내며 '국방 개혁 2020' 수립에 큰 역할을 했다.

이어 그는 "해군총장 출신이 내려오니 육군이 긴장한다는 등 마치 군과 군 간 갈등 같은 기사도 나온다"며 "육군은 6·25전쟁을 거치고 우리나라가 가난할 때 부흥을 지켜냈고 군을 건설할 때 정말 고생한 군으로서 그 시대 역할을 다한 군"이라고 했다. 송 후보자는 주 한 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논란과 관련, 일부 언론에 "(현 정부가) 조금 미숙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관 후보자가 지명 하루 만에 현직 장·차관과 출입 기자들을 만난 건 이례적이다. 군 안팎에선 "워낙 제기된 의혹이 많아 본인이 어느 정도 정리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3/2017061300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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