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앞두고 갈등 봉합]

- 트럼프, 코미 청문회 중 '사드 회의'
국무·국방장관과 논의 후 한국에 분명한 입장 설명 요구
"사드 뺄 일 없다" 한국 확언에 美도 "한국의 안보 보장 약속"

내일 한국 오는 美국무차관, 정상회담과 사드 함께 논의할 듯
 

한·미 양국이 이달 말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미국에 "사드를 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하고, 미국은 이를 일단 믿어보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문제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사드 배치 문제에 관련된 회의를 연 것이 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0일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서 "미국 외교관들이 한국 측에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체계 전부를 거부하려는 전조(prelude) 아니냐'고 해명을 요구했다"며 "그리고 한국 측에서 '(사드 배치) 합의를 유지하려고 계획 중'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관해 두 장관들과 회의를 한 뒤, 한국 측에 분명한 입장 설명을 요구해서 답변을 받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백악관 회의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 혐의를 증언하는 도중에 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사드 문제가 백악관의 핵심 관심 사안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이날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한국 정부는 미국에 사드 배치에 관한 이전 공약을 (원상태로) 되돌리지 않을 것임을 확언했다(assured)"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또 "우리는 이 사안(사드)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사드는 이미 초기 작전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관리는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우리도 한국에 같은 (안보) 보장을 약속했다"고 했다. 이는 사드 배치 연기 논란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더는 한국 정부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단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사드 배치를 늦춘 한국 정부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성격 규정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 정부에 대단히 중요하다. 이는 (미 정부) 최고위급에서 논의되는 사안"이라고 말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이 같은 기류가 전달된 뒤인 9일 오후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한 것으로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해서 이 결정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실장은 같은 자리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양 정상 간 첫 만남인 만큼, 정상 간 긴밀한 유대와 공고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간 사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이지만, 미 의회 등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15일 한국을 방문하는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 차관도 한국 측과 정상회담 의제 등을 조율하면서 사드 문제를 비중 있게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섀넌 차관은 대북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12~15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한다. 정부 소식통은 "섀넌 차관의 한국 일정이 일본 일정보다 길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북한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드와 관련해 많은 얘기가 오갈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2/20170612002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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