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가 "(환경 영향 평가를 생략할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한 일은 아니다"고 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가 북의 도발은 늘 있는 일이니 시간을 갖고 대처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주한 미군이 사드 배치를 요청한 것은 북이 노동미사일 고각 발사에 성공해 패트리엇 요격망을 뚫을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북은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하는 데 거의 성공했다. 사드 없이는 이런 노동급 이상의 고각 발사에 주한 미군, 한국군 기지는 물론이고 부산항 등 유사시 미 증원군이 들어오는 전략 시설 모두가 무방비로 노출된다. 군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주한 미군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거주하는 평택 기지가 북 미사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미국 정책상 용납될 수 없다. 이 모든 사태 진전은 1~2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이런 위기를 청와대가 '늘 있던 일'이라고 본다면 군사적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외면하는 것이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사드 없이 대책이 뭐냐'는 질문에 5초간 침묵을 지켰다. 새 정부도 사드 없는 군사적 방어 대책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실제 대책이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른 대책이 없는데 그 유일한 대책을 지연시키는 조치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의 사드 환경 영향 평가 방침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주한 미군은 사드 운용에 10만㎡만 필요하다는데, 굳이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환경 영향 평가를 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미군에 땅을 더 많이 줘야 하는 논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떠나 국가 안보와 관련한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환경 영향 평가를 사실상 생략할 수 있지만 안중에도 없다.

새 정부는 '사드 철회는 아니다'고 미국을 안심시키면서 사드에 트집을 잡아 중국을 달래려는 것 같다. 이 줄타기가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중국 공산당 매체 환구시보는 "한국이 '사드 배치 취소 않는다'와 '배치 늦추기'를 미·중에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 한·중 관계를 복원시킬 수 없다"고 했다. 속을 다 읽히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환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더빈 미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어제 "문 대통령은 미국보다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드 문제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북의 순항미사일 발사 후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군을 향해 '군사 대비 태세 유지'와 '한·미 연합 방위 태세 굳건히 유지' 등을 지시했다. 지금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와 한·미 연합 방위의 핵심이 사드다. 대통령 지시는 그야말로 모순인데 군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지금 레이더와 발사대 2기만으로 운용 중인 사드는 주민 시위대에 막혀 발전용 기름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전력선 설치는 꿈도 못 꾼다. 북한 폭력 집단의 위협을 받고 사는 나라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8/20170608029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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