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 동안 시황기사 담당을 맡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증권사 직원마냥 하루종일 주식 트레이딩 시스템을 틀어놓고, 국내외 증시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날의 시장 특징을 뽑아 기사화한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소감을 말해보자면 주식시장이 살아있는 하나의 생물체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북한군이 미사일을 쏘거나 미국 대통령이 폭탄발언을 할 때, 프랑스 대선이 끝나거나 중국 정부가 경기지표를 발표할 때, 한국 증시는 어떤 방향으로든 반응을 보인다.



조선일보DB
▲ 조선일보DB
문제는 이 같은 국내외 이슈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출렁이게 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슈가 있는가 하면 ‘미미했다’고 적는 게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벤트는 순차적으로 일어나지도 않는다. 대체로 동시다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일한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조금씩 다를 때가 많다. 지수 변동의 배경에 대해 같은 이슈들을 언급하더라도 어떤 애널리스트는 이벤트 A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어떤 이는 이벤트 B가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전달자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이런 이야길 늘어놓는 건 주식시장 참여자 스스로 나름의 투자 기준과 철학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최근 며칠 사이 확고해졌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기사에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 중 하나가 “기자양반, 그래서 뭘 사라고?”인데 그 누구도 특정 종목을 콕 집어줄 순 없다. 기자양반은 더더욱 자격이 없다.

날고 긴다는 전문가들도 현재 시장 상황과 대내외 환경, 상장사의 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유망한 종목들을 추려줄 뿐이다. 결국 선택은 투자자의 몫인데, 이때 나름의 기준과 원칙에 근거하지 않으면 주식투자는 눈 가리고 절벽 위를 걷는 도박으로 변한다.

증권팀에 와서 만난 지인 중 ‘단기 이슈는 무시한다’가 투자 제1원칙인 사람이 있다. 시장을 잠깐 건드리고 떠날 것 같은 변수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돌발상황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다보면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고 방역주를 사거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방산주를 사진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 차익실현이 목적이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겠지만 그에겐 고려대상이 아니다. 지인은 “이런 기준을 세워두고 투자에 나서면 날마다 쏟아지는 정보 홍수와 제 입맛에 맞춘 분석들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지인의 방식이 옳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투자자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정해진 정답은 없다. 다만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최소한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자는 의미로 말을 꺼내봤다. 모든 개미의 꿈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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