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추궁은 도덕성 검증에 집중됐다. 강 후보자는 첫 여성 외교부장관이란 상징성을 갖고 지명됐다. 그런 강 후보자가 각종 의혹들을 해명하는 데 급급했다. 강 후보자는 장녀의 이화여고 진학을 위해 한 아파트에 위장 전입한 것에 대해 "엄마의 마음으로 했는데 잘못됐다"고 했다. 애초 해당 아파트를 "친척집"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해명했던 것도 사과했다. 그 아파트는 수년에 걸쳐 여러 가구가 드나들며 이화여고 전·입학에 이용돼 마치 무슨 정거장 같았다. 이런 행태는 새 정부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에도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이 밖에 경남 거제의 주택, 인근 임야 5000평 구입, 부산 해운대 콘도 증여세 탈루 문제,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이어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외교·안보에서 이중 삼중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런 나라의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이런 문답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강 후보자가 외교 현안에 대해 경륜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가 늦어지는 데 대해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질의에 강 후보자는 "주무 부처가 아니라 상세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고 했다. 지금 외교부에 사드 이상 가는 현안이 어디 있는가.

미·중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겠느냐고 하자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 "미국과는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통화나 면담을 통해 공조를 다지겠다"고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재개, 대북 인도 지원 등에 대해서도 누가 써준 듯한 모범 답 안, 하나마나 한 얘기를 그대로 읽는 느낌이었다. 강 후보자 소신이 무엇인지, 그 나름의 복안이나 지혜·경륜은 어떤 것인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웠다.

도덕성과 역량 부족이라고 고개를 돌리자니 지금 외교·국방·통일 등 핵심 장관 가운데 그나마 청문회라도 하는 것은 강 후보자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후보조차 없다. 국민을 이렇게 답답하고 난감하게 만들어도 되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7/20170607032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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