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기업인 등으로 구성되는 민간 경제사절단을 동행시킨다는 방침 아래 미국 측과 조율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7일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재계 단체에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기업인들을 모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청와대는 외교·안보 이슈에 집중한다는 계획 아래 경제사절단 구성에 미온적이었지만 방미 3주일을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 당연한 결정이다.

다만 미국 재계의 사정에 따라 경제사절단은 불발될 수도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경제사절단의 성사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외교·안보와 함께 경제협력 이슈를 양대 축으로 내세워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경제를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각국은 미국과 윈·윈할 수 있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일본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취합해 '미국 일자리 70만개 창출, 4500억달러 신시장 조성'이라는 초대형 선물 보따리를 들고 미국에 갔다.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25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겨주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방미 때 지멘스·BMW 등의 기업 총수를 대동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일본은 미·일 신밀월(新蜜月) 관계를 만들었고, 중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모든 선진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협력 카드를 전략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한·미 경제 역시 얼마든지 윈·윈할 수 있는 관계다. 우리에게도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비난하면서도 삼성전자의 미국 내 공장 증설 계획에 즉각 "생큐"라고 할 만큼 한국 기업들 투자에 목말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우리 대기업들의 힘을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 대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시장의 변화에 맞춰 여러 가지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우리에게도 중국·일본·독일 같은 카드가 없는 것이 아니다. 협상력을 높여줄 글로벌 기업의 힘을 갖고 있다.

새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양국 간엔 사드·북한핵 등 안보 문제 외에도 한·미 FTA 재협상이나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통상 정책 등 심각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민·관이 함께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정경(政經) 유착을 걱정해 글로벌 기업이라는 엄청난 국가 자산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7/20170607032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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