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다"며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6·25 희생 군인, 민주화 유공자에서 파독 광부·간호사와 베트남 참전 용사, 서해 수호 장병들, 청계천 여공들까지 일일이 거명하면서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대통령의 말이 눈길 끄는 것은 이른바 진보 진영의 반쪽짜리 역사 인식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진보·좌파임을 표방하는 정치인과 지식인·학자, 단체들은 그동안 북한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운 군인, 산업화 역군들에 대해 부정적 편견을 드러내곤 했다. 6·25 남침을 정면으로 보려 하지 않는다거나 천안함 괴담을 더 믿는 현상 등이다. 이들에게 베트남 참전은 '미국의 용병'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태극기보다 한반도기를 더 앞세우는 세력까지 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참전 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 경제가 살아났다. (참전 용사들은)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다.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이 애국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박정희 정부 시절) 파독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도 애국"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낸 책에서 독재·산업화·보수를 친일에서 이어진 한 몸통으로 인식하는 역사관을 보였다. 오래전에 소멸한 친일파의 그림자를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선 사람들에게 덧씌우려는 것은 허구와 자해(自害)의 역사관이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 이날 연설에선 다른 면모를 보였다. 대통령 당선 뒤엔 정파를 초월해야만 한다.

문 대통령은 파독 광부·간호사를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라고 진보 진영이 사용하지 않는 말로 호칭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12분의 추념사에서 '애국'이란 단어를 22차례 언급했다.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 지나온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동안 진보 진영에선 '애국'이란 단어도 거의 들어보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은 "파독 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고 했다. 태극기는 그 누구의 태극기도 아닌 모두의 태극기여야 한다. 이런 다짐이 연설만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계속해서 실천되면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통합의 물결이 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6/20170606021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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