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사드 관련 보고 누락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국방부 위승호 정책실장을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좌천시켰다. 현역 중장인 그에게 사실상 전역(轉役)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앞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사드 발사대 4기의 행방에 대해 마치 거짓 보고한 것처럼 발표하기도 했다. 국방부를 새 대통령에게 항명하고, 국기 문란을 저지른 부처처럼 만들었다. 여당 의원들은 매일같이 앞다퉈서 한 장관과 국방부를 매도하며 국회 청문회 개최도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의 사드 관련 보고는 철저하지 못한 점이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질책하면 끝날 일이었다. 임기 5년을 이제 막 시작하는 새 대통령에게 누가 무엇을 어떻게 숨기나. 이것을 마치 큰일이나 난 듯이 호들갑을 떨어 미국 상원의원 입에서 "한국이 원치 않으면 사드 빼겠다"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한 후 지난해 처음으로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단거리·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잠수함 미사일 발사를 포함, 모두 24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아댔다. 전례 없는 위기다. 앞으로도 북은 크고 작은 도발을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군(軍)밖에 없다. 지금은 군의 큰 실수도 보듬고 내부적으로 질책하면서 대북 대응 태세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야 할 때다. 그런데 작은 실수를 침소봉대해 군을 죄인시함으로써 군 전체의 사기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집권 여당은 한술 더 떠서 군내에 마치 과거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있는 양 부풀려 군 내부를 흔들고 있다.

사드는 미국 소유다. 미국이 사드에 관한 사항이 까발려지는 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군으로서는 이런 미국의 항의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다 마치 국기 문란 죄인인 양 몰렸다. 앞으로 주한미군과 협력하는 정책이 원활히 입안·집행될지 의문이다. 어제 발표된 이른바 '자주파' 서주석 신임 국방차관은 군을 정치화하고 뒤집는 개혁이 아니라 우리 군사력과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국방 개혁을 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6/20170606021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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