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보고 누락 사건으로 규정한 사드 발사대 관련 소동이 한·미·중 간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국방부가 보고를 성의 없게 했는지 아니면 군사 용어의 이해 차이로 벌어진 해프닝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무능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실은 앞으로 5년간 우리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도 안보실은 내부적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밖으로 침소봉대하는 경솔한 행동을 했다.

국가안보실에 군사 전략과 무기 체계에 정통한 전문가, 한·미 동맹 이슈에 밝은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면 보고 누락 같은 문제는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가 보고하기도 전에 관련 사항을 다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이상철 1차장, 김기정 2차장이 사드의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고 관련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디서도 그런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드 발사대가 6기로 구성된다는 기본 지식조차 없었던 것 같다.

사드 레이더와 6기 발사대가 4월까지 한국에 반입됐다는 것은 적어도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지의 사실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정 실장과 이 차장이 문제의 사드발사대 4기가 한국에 있는 것을 인지한 시점은 5월 27일 이후다. 정 실장은 이 차장으로부터 보고받고서야 알았다. 대통령은 5월 29일 정 실장의 보고를 받고 알았다. 청와대가 이래도 되는가.

정 실장이 국방부의 보고가 부실하다고 판단했다면, 책임자를 질책하고 수정·보완을 지시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지 않고 '보고 누락'이라는 사건으로 만들었다. 청와대의 누군가 그러자고 해도 안보실이 만류했어야 한다. 그런데 한 술 더 떴다. 청와대 안보실은 지금이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무적 판단조차 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로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이런 소동을 벌인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말 외엔 할 수 없다.

설사 청와대 일각과 여권에서 절차 문제로 시비를 걸려고 해도 안보실은 그것이 가져올 부정적 여파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 반대로 하고 있다. 정 실장은 1일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사드 보고 누락 사건은) 크게 잘못된 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국가안보실이 한·미, 한·중 관계와 북한 김정은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겠는가. 국가적 비상사태 때 이들에게 안보를 맡길 수 있겠나. 지금 당장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 청와대는 해당 분야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기용해 보강하고, 국방장관 후보자부터 신속하게 지명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2/201706020312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