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기 인하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이우기 인하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울창한 산림은 국가의 자산이며 국민을 풍요롭게 한다. 숲은 생산력 높은 자원이며 동물은 물론 공기와 수질을 보호한다. 토사 유실을 막고 수해까지 예방해준다. 우리나라 산림은 지도자의 안목으로 산림청을 설립한 후 30여 년간 식목과 조림에서 성공한 세계적 모델이다. 1967년부터 산림청 주도로 10개년 치산녹화 사업을 3차례 수행하고 나무를 베면 엄벌에 처했다. 그동안 100억 그루 넘게 심어 개발도상국으로는 유례가 없는 조림 국가가 되었다.

반면 북한의 지도자는 나무를 베어내고 다락밭과 다랭이논을 대거 만들게 했다. 결과는 대실패로 지금도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은 쌀 수출국인 태국과 필리핀처럼 농지를 늘려 주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보려 했으나, 기후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 농경지가 더 훼손되고 식량 생산 기반 자체가 망가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나무를 잘라야 할 때가 되었다. 식목 당시 비교적 촘촘히 심은 묘목들이 다 자라서 과도한 밀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큰 나무들 사이에 들어선 잡목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산불이 나면 접근도 어렵게 해 작은 불도 큰 재해가 되고 있다. 산불의 주원인으로 계절풍을 지목하는 것은 겉핥기식 생각이다. 바람이 어제오늘의 일인가. 불쏘시개가 많아진 것이 핵심이다. 이제 삼림 훼손 방지 차원에서도 간벌과 수종 개량으로 정책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소나무 숲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산림청 제공
현재의 간벌 정책은 산림청 등으로부터 벌목 허가 및 영림계획 인가를 받아 흉고(胸高) 직경 20cm미만인 나무 중 20~ 40%를 잘라내게 하는 정도일 뿐이다. 감독 공무원이 현장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돈 되는 좋은 나무를 몰래 베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소극적인 간벌에서 탈피해야 한다. 앞으로는 특정 지역에 얼마나 좋은 나무가 가치 있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적극 평가해야 한다. 나무를 잘 키우려면 베어야 한다. 공간이 생겨야 나무들이 더 잘 자라며, 몇 십m씩 크면 주기적으로 잘라야 한다. 낡은 도시에 큰 재난이 발생하면 도시 재건의 기회도 되듯, 산불은 수종 개량의 기회가 된다. 저급한 나무들을 고급목으로 바꿔야 한다. 과벌, 오벌, 도벌과 불법 채취 대책에 맴돌아온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 나무의 숫자를 묻는 수준에서 탈피, 얼마나 유용한 나무들이 적절한 간격으로 들어서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법령, 지침, 평가 기준, 관리 방식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

우리의 삼림 규모라면 관련 산업이 파생돼야 할 시점이다. 더 고급스러운 삼림욕 호텔, 트레킹 코스, 삼림 레저 산업, 케이블카, 휴양 및 삼림 귀촌 비즈니스, 원목 가구 산업 및 공방 문화, 방향·방충제와 화장품에서 식재료에 이르는 다양한 산물, 그리고 이를 망라한 생산·가공·유통의 가치 사슬이다. TV에도 '먹방' 못지않게 DIY와 명장의 재주가 중계되는 채널이 생기고 24시간 감시용 카메라와 센서, DB와 드론 등 새 기계와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길 것이다. 이를 어찌 산불 관리 일용직이나 공익요원의 일자리 수에 비할 것인가.

산림청도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 다. 간벌 및 굴취·채취 허가증 제도를 만들자. 특히 영업적인 불법 굴·채취에 대한 엄한 처벌제를 도입, 서양처럼 수천만원의 벌금과 영구적 허가 금지로 다룰 필요가 있다. 옷이 아무리 예뻐도 아이 몸이 컸으면 버리고 새 옷을 입혀야 하듯, 모든 것은 바꿔야 할 시점이 있다. 간벌과 수종 개량을 더 이상 늦추면, 실속은 보잘것없고 산불만 규모가 커지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5/201705250364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