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체제 붕괴 시도 안 해" 美, 北에 유화 사인 보내지만
김정은 정권 본질적 결점 탓에 핵·미사일 개발 포기 않을 것
폭압만으로 유지되는 정권과 협상도 외부 도움도 불가능해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

지난 20일 미사일 도발로 북한은 김정은 집권 후 5년5개월 동안 53번 미사일을 발사했다. 김정일이 집권한 17년5개월 동안 탄도미사일을 16발 발사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일이다. 북한은 강경파로 알려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8회에 걸쳐 12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온건한 대북 정책을 표방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한민국 신정부가 수립되고 불과 열흘 동안 미사일을 두 번이나 발사했다. 이처럼 집요한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은 평화적 수단만으로 북한의 의지를 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지난 14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화성 12형 미사일은 30분간 비행함으로써 역대 공산국가들이 시험 발사한 그 어떤 미사일보다 비행시간이 길었다는 기록을 세웠고, 지구 밖 우주로 2000㎞ 이상 날아올랐다가 대기권에 재진입(Reentry)함으로써 대륙간탄도탄에 필수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증명해 보였다. 화성 12형 미사일은 장거리 비행의 가능성과 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려 주었다.

북한 중앙통신은 성공한 화성 12형 미사일을 후손만대에 물려줘야 할 '주체탄'이라고 묘사했고, 자축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한다. 미사일 성공 소식에 눈물바다를 이루었다고 하는 북한 엘리트들로부터 두 세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인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키겠다는 희망이 얼마나 현실과 거리가 먼 일인지 알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현실적인 대안들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6·25전쟁 직후 김정은의 조부(祖父) 김일성에 의해 시작된 북한 국가 대전략의 핵심 요소이며 북한이 꿈에도 그리는 강성 대국의 결정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 없이 북한은 결코 강성 대국이 아니고 북한 정치를 선군정치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14일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직후의 화성-12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 침략도 하지 않을 것이며 체제도 보장해 줄 테니 미국을 믿고 핵을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북한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제안이다. 우선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본질적'인 이유는 미국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도, 러시아도 믿지 않는다. 북한은 6·25 직후부터 독자적인 전쟁 수행 능력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6·25 동란 중 북한 편이라던 중국과 소련이 보인 행동에 치를 떤 김일성이 수립한 독자전 수행 전략에 핵무기와 선군 사상은 필수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줄 현실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를 보장해 주려면 미국은 우선 김정은의 폭압 통치에 대한 비방을 멈춰야 할 것이다. 미국 국민 혹은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에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또 다른 체제 보장 방안은 경제 원조인데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 김정은 통치 체제를 강화하는 데 사용되더라도 미국은 개의치 않아야 한다. 북한에서 주민 봉기가 일어난다면 체제 보장을 약속한 미국은 김정은 체제를 지켜주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말이 되지 않는 질문 같아 보이지만 바로 이런 딜레마들 때문에 북한 정권은 개혁·개방을 외면하고 고립과 핵무장, 강성 대국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닌가. 혹시 북한이 정말로 핵을 제거한다면 그 이후의 김정은 체제와 현재의 김정은 체제를 동일한 체제라고 볼 수 있을까.

키신저 박사는 "어떤 나라가 핵무장에 성공하는 경우 그 나라의 핵무기는 이웃 나라들과 무언(無言)의 '불가침 협정'을 체결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독자전 수행 능력을 갖춤과 동시에 이 '무언의 불가침 조약'으로 미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배제하는 그날을 오매불망 그리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3/20170523035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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