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설가 위화,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訪韓]

중국 사회의 병폐와 모순 풍자… 미국·유럽서도 인정받은 작가
"한·중 관계, 사드에도 문제없어"
 

"중국 고위 관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식품만 공급받아 먹는다. 인민의 식생활 안전엔 무관심해서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다. 10여 년 전부터 베이징은 스모그 문제가 심각하다. 인민들은 고위 관리들과 똑같이 나쁜 공기를 마신다는 점에서 평등을 느낀다."

풍자와 해학의 이야기꾼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는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57)가 22일 중국 정부의 환경 정책을 조롱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23~25일 열리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는 위화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하고 "서울의 미세먼지가 중국 때문이라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잘 알고 있다"며 "내가 환경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 관리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공기 정화에 노력 중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에 이토록 자동차가 많은데 미세 먼지의 모든 책임을 중국이 질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일본은 방사능 유출도 했으니, 동북아에서 환경오염에 책임지지 않을 유일한 나라는 북한뿐"이라고 우스개를 던지기도 했다.
 
소설가 위화는“언론이 사실을 신속 보도한다면, 문학은 사실에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생각을 발효시킨 뒤 표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설가 위화는“언론이 사실을 신속 보도한다면, 문학은 사실에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생각을 발효시킨 뒤 표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문화혁명을 성장기에 겪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위화는 중국 사회의 병폐와 모순을 생동감이 넘치는 문체로 그려내 1990년대 이후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문학성과 대중성을 아울러 인정받아 왔다. 그의 출세작 '허삼관 매혈기'는 한국에서도 널리 읽혀 배우 하정우 주연·감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위화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뚜렷한 계기도 배경도 없이 당국의 미디어 통제가 강화됐고, 문학 검열도 심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껏 내 책 중에서 중국에서 출판 금지된 것은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유일하다"라면서 "그것은 직접적으로 사회에 대해 발언했기 때문이고, 소설은 허구를 이용해 위장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눙치기도 했다.

위화는 최근 방한을 맞아 개정판을 낸 소설 '형제' 한국어판의 서문을 통해 오늘날 중국의 양극화 현상을 비판했다. 베이징의 어린아이가 진짜 보잉 비행기를 선물로 받고 싶다고 할 때, 서북 지역의 한 아이는 흰 운동화 한 켤레를 간절히 원한다는 인터뷰가 TV에 나왔다는 것. 위화는 "한 서양인이 400년에 걸쳐 살아야 경험할 수 있는 양극단의 시대를 한 중국인이 겪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40년이었다"고 개탄했다.

위화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에 대해 "양국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정부가 문재인 대통 령의 특사를 정중히 맞았다"며 "사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순 있겠지만, 동북아 4개국 중에서 중국과 한국 관계가 가장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3일 '우리와 타자(他者)'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우리와 타자는 대립적일 수도 있고 상호 보완적일 수도 있으며 또 상호 전환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발제문을 발표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2/2017052203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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