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8·15 이산가족 교환 방문단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을까.

우리 측이 신청자 중 추첨을 한 뒤 투명하게 일정한 기준을 정해 방문단을 구성한 것과 달리, 북한 방문단은 비교적 북쪽에서 ‘성공’한 월북(월북) (또는 납북) 인사 중심으로 짜여졌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우선 단장으로 내정된 유미영(유미영) 북한 천도교청우당위원장은 남한에서 외무장관까지 지내고 월북한 최덕신(최덕신)씨의 부인으로, 1986년에 남편을 뒤따라 월북한 인물이다. 송영대(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은 “유 단장의 경우 형식은 ‘이산가족’이지만 내용은 ‘월북 가족이 잘 살고 있다’고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단장에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호열(유호열) 고려대 교수 역시 “이산가족 문제가 인도적 차원을 떠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교환 방문에 혼선을 줄 것 같다’(남주홍·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당초 생사확인을 위해 우리 측에 요청했던 200명 가운데 최종 선정된 100명의 면면을 보면 기준이 모호하다. 남한에 직계 가족이 생존해 있는데도 방문단에서 제외된 경우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민기씨는 남한에 부인과 아들이 상봉을 기다리고 있음이 확인됐음에도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북한의 김중현씨는 남쪽의 부인 유순이씨를, 북한의 박봉옥씨는 딸인 홍영애씨를 이번에 확인하고도 만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신용대씨는 찾던 아들 문재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음이 밝혀졌지만 서울 방문단엔 포함되지 못했다.

또 남한에 이복동생이 있는 사람이 방문단에 포함된 것과 달리 남쪽에 형제·자매가 있는 북한의 정정대, 심혁진, 최병태, 김재호씨 등은 빠졌다. 더구나 북한의 유명인사들인 하재경 ‘김책종합공업대학 강좌장’과 김봉회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 강좌장’도 이번에는 남쪽 형제들을 만날 수 없게 돼 북한이 어떤 기준으로 방문단을 최종 선정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측 기준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측이 당초 제시했던 200명의 남한 내 가족에 대한 생사확인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