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이은 미사일 발사에도 대북 인도지원, 사회문화교류 신청 승인할 듯
文 5.24 조치에 "우리 기업 발 묶어 중국만 이득 본다"며 해제 주장해와

식량을 배급받는 북한 주민들. 정부는 대북 지원단체들의 인도지원 승인을 모두 허가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새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 허용을 시작으로 남북 교류 등 관계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정책 감사를 시작으로 지난 9년 보수 정권 핵심 정책의 ‘청산’ 작업에 사실상 돌입한 데 이어, ‘5·24 남북 교류 제한 조치’를 비롯, 보수 정권이 유지해온 대북 강경 노선의 선회에도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관계의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입장은 어린이 영양 지원 등 현물 위주의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 교류는 현재의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는 만큼, 우리 정부 자의로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는 현금성 경제협력 사업은 유엔 제재 대상이다.

통일부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남북관계 복원'을 강조하고 나선 데 이어 나왔다. 북한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열흘 새 두 차례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지만, 정부는 이와는 별개로 인도 지원 등 대북 교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우선 이달 초 접수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비롯한 대북 인도 지원 단체들의 대북 접촉 신청을 승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인도지원 단체들에 대한 방북 승인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세계식량계획(WFP)이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도 재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해 북한 기관과 주요 개인의 활동에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각종 무역·해운·금융거래 등 전 분야 활동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 간 물품 반·출입 통제 등 국제 제재 틀 안에서 독자적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은 북한이 핵 동결이나 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이 놓인다면 재개할 수 있다"면서 당장 대북 경제 교류 등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체의 대화도, 교류도 다 끊겠다는 자세는 잘못됐다"며 "대북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일단 국제 제재의 허용 범위 안에서 남북 교류에 나설 것을 시사했었다.
 
2017년 3월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7주기 추모식에서 천안함 폭침 생존장병 김윤일(당시 상병)씨가 추모식을 마친 후 생존장병들과 함께 부서진 천안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일보 DB

정부가 '인도 지원' '사회·문화 교류'라는 단서를 달아 대북 접촉을 시작하면,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발동된 ‘5·24조치’로 남북 민간교류가 사실상 차단된 지 만 7년여만에 대북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당시 5·24 조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등 남북 교역을 불허하고,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등을 내용으로 한 일종의 보복조치다. 이에 따르면 아무리 인도적 목적이라 해도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대북 지원을 할 수 없게 돼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선 '통일 대박론'에 따라 민간단체의 대북비료 지원 등을 일부 허용하기도 했으나, '신규 투자 불허'라는 5·24 조치의 골격은 유지돼왔다. 특히 지난해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에는 대북 지원단체 등을 통한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사회·문화·체육·학술 등 민간 교류도 모두 스톱돼있었다.

북한은 천안함 피격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5.24 조치의 해제를 요구해왔다.

민주당은 그간 5·24 조치로 인해 북한보다 우리 기업 등의 피해가 더 많다며, 벌써 수 년이 지나 이 조치의 실효가 없어진 만큼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문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우리 스스로 대북 경협의 발목을 묶어 중국만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5·24 조치의 해제를 요구했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이 조치의 존속을 고수해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22/20170522017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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